한은 시장개입 … 환율 급반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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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당국의 강력한 시장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반등해 1110원대를 회복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전날보다 6.9원 오른 1110.5원으로 마감됐다. 환율이 오른 것은 지난 3일 소폭 상승한 이후 5일 만이다. 환율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주가와 금리는 올랐다.

이날 외환시장 개장 직전 한국은행 이광주 국제국장이 나서서 "최근 외환시장 심리가 지나치게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 하락폭이 주요국 통화에 비해 작지 않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기업과 역내외 거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환 당국자가 환율 하락세에 대해 우려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시장에선 이를 외환 당국의 강력한 구두 시장 개입으로 받아들였다. 환율은 개장하자마자 오름세로 출발해 한때 1111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오르면서 수출 기업 등의 달러 팔자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와 환율이 다시 1110원 아래로 꺾이자 외환 당국이 이번에는 시장 개입에 나서 1110원선을 지켜냈다.

외국계 은행의 외환딜러는 "한은의 이례적인 구두 시장 개입에 이어 이날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세차례에 걸쳐 외환 당국이 달러 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떨어진 데다 외국인 증시 투자자금 유입이 크게 줄어든 상태에서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이 이뤄져 환율 하락세가 진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달러 환율이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105.5엔선에서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은 것도 원-달러 환율의 반등을 도왔다"고 덧붙였다.

10일(한국시간 11일 오전) 미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인하한다면 원-달러 환율은 상당폭 반등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환율 하락세의 대세가 반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막대한 쌍둥이(경상수지.재정) 적자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어 세계적인 달러 약세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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