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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가수 황금심씨 별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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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알뜰한 당신은, 알뜰한 당신은, 무슨 까닭에 모른 척 하십니까요…. " ( '알뜰한 당신' 중에서)

'알뜰한 당신' '삼다도 소식' '한양낭군' '울산 아가씨' '뽕따러 가세' 등 주옥 같은 노래로 가요 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가수 황금심(黃琴心.본명 黃金童)씨가 30일 오후 12시20분쯤 서울 당산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 79세.

일제 치하였던 1922년 부산 동래에서 태어난 黃씨는 일찍부터 노래에 천부적 재질을 보여 열두살의 어린 나이에 '외로운 가로등' 으로 데뷔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黃씨는 4천여곡에 이르는 노래를 발표하며 특유의 애달프고 구성진 목소리를 바탕으로, '목포의 눈물' 을 부른 이난영(李蘭影.65년 타계)씨와 함께 해방 전후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여가수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黃씨의 가족은 음악 가족이었다. 남편 고복수(高福壽.72년 타계)씨는 '타향살이 몇해던가…' 로 시작하는 저 유명한 노래 '타향살이' 를 부른 최정상급 가수였으며, 큰아들 영준(46)씨도 현재 중견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남편 高씨와의 잉꼬 사랑은 아름다웠다. 黃씨는 본인 자신이 인기 가수였으면서도, 전업주부와 다름 없이 열두살 연상의 남편 高씨를 정성껏 내조한 것으로 유명했다.

많은 동료 가수들은 "은퇴 후 사업에 실패해 서적 외판원을 전전했던 高씨가 고혈압 등 지병으로 72년 환갑의 나이에 먼저 세상을 뜰 때까지 병석의 남편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극진히 돌본 '알뜰한 당신' 이었다" 고 회고했다.

黃씨의 말년은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남편 高씨가 세상을 뜬 뒤 그다지 넉넉지 못한 살림을 꾸려온 데다, 그 자신도 5년 전부터 자리에 몸져 누워 오랫동안 병마에 시달렸다. 파킨슨병이었다.

큰아들 영준씨를 비롯, 영희.영옥 등 두 딸과 영민.병준 등 3남2녀를 뒀다. 92년 가요 발전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훈장 옥관장을 받았다. 발인은 다음달 1일 오전 8시30분 서울 강남성모병원 영안실, 장지는 경기도 용인 가톨릭공원묘지다. 02-590-2538.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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