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 열정이 민주주의 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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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가 13일 설월여고를 방문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광주=뉴시스]

“미국 학생들이 밤 12시까지 공부한다면 여러분(같이 열심히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 때문일 것입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 열기와 교육 제도에서 배울 게 많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교육에 대한 열정을 존경한다. 경제가 발전하고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는 데 발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13일 오후 광주광역시 설월여고 대강당에서 1, 2학년생 840여 명과 한 시간 동안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스티븐스 대사는 강연에서 “잠재력이 풍부한 여성에게 투자하는 것이 사회 발전을 위한 가장 확실한 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명문 대학을 안 나와도 타고난 재능과 창조력으로 예술이나 스포츠,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질의응답에서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이 영어 공부에 매달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묻는 질문에 그는 “영어는 세계 언어다. 한국도 세계적인 나라가 되어 가고 있으므로 영어가 중요하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공부한 것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라”고 권했다.

학생들은 고교 시절의 추억에 대해서도 물었다. 스티븐스 대사는 “남자 친구가 있었고 데이트도 해 봤다. 고교 시절은 인생에서 가장 도전적인 시기인데 공부와 인생에 대한 생각, 남자에 대한 관심 사이에서 균형을 잘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븐스 대사와 설월여고 학생의 만남은 지난해 9월 이 학교 영어 동아리 회원들이 영자신문을 준비하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나고 싶은 여성’을 조사한 결과 스티븐스 대사가 1위로 꼽힌 것이 계기가 됐다. 학생들은 대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편지와 질문서를 보내며 광주를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영자신문 편집장인 3학년 배지성(18)양은 “지위가 높고 바쁜 분이어서 지방 여학생들과의 대화를 승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이뤄졌고, 도전하면 끝내 이뤄진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자신감을 얻었다”며 기뻐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12일 광주에 도착해 5·18기념재단을 방문한 뒤 무등산을 등반했다. 13일에는 주한 미국 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무등도서관 아메리칸 코너에서 여는 ‘한·미 해외봉사단활동 특별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했다.

광주=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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