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달·힐 보긴 좋지만 발도 고생 몸도 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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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발 패션이 발달하면서 발찌 낀 맨발에 몇가닥 끈으로 엮인 샌들이 유행이다.

한여름철 보는 이의 무더위까지 식혀주는 아름다운 연출이지만 그순간 주인공의 발은 혹사당하고 있다. 혹사당한 발은 결국엔 발 모양을 망치면서 건강도 해치게 마련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발을 위해 유행 신발의 허실과 발 건강법을 알아본다.

샌달은 뒤가 트여 있어 언뜻 편해 보이나 걸을 때 지렛대 역할을 하는 아킬레스건을 뒤에서 받쳐주지 못한다. 이처럼 불안정한 상태에서 걷다보니 발목을 삐기가 쉽다.

을지대의대 족부정형외과 이경태 교수는 "굽이 높거나 끈이 가는 샌들일수록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고 설명한다.

또한 샌들은 대개 바닥 소재가 딱딱해 신발의 기능인 쿠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데다 걸을 때 발과 신발 바닥이 자연스레 꺾이지 않아 장딴지가 쉬 피로해진다. 발바닥에 굳은살이나 티눈도 잘 생긴다.

특히 가는 끈으로 된 샌들의 경우엔 피부와 닿는 부위에 마찰이 심해서 물집.접촉성 피부염 등 피부 트러블도 자주 생긴다. 이교수는 "샌들 끈은 특히 앞발의 경우 두께가 적어도 3㎝이상인 게 바람직하다" 고 말한다.

통굽 신발은 어떨까. 이 신발은 앞부분이 발 모양과 비슷하기 때문에 굽이 높지만 코가 뾰족한 하이힐보다는 신기 편해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사계절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양대의대 재활의학과 박시복 교수는 "통굽은 발바닥 아치가 없기 때문에 걸을 때 발바닥과 발가락이 함께 움직여 엄지발가락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면서 "장시간 신으면 엄지발가락 강직증이 발생한다" 고 경고한다.

엄지발가락 강직증은 엄지발가락이 위로 튀어나와 위쪽으로 올라가지 않는 병. 엄지발가락 끝 발바닥 쪽에 굳은살도 잘 생긴다.

발건강에 가장 해로운 신발은 역시 볼이 좁고 코가 뾰족한 전통적인 하이힐이다.

이런 모양은 발가락들이 가운데로 삼각형으로 모이면서 특히 엄지발가락 뿌리 부분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엄지발가락 외반증을 일으킨다. 가벼운 증상은 보조구로 교정하나,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

또한 하이힐은 굳은살.티눈도 잘 생기고 척추에 악영향을 미쳐 허리가 뒤로 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 신발이 발 건강에 좋을까?

연세대의대 재활의학과 문재호 교수는 "앞쪽의 폭이 넓고 둥글면서 길이는 성인의 경우 자기 발길이보다 1.2㎝이상, 청소년의 경우 1.5㎝이상 여유가 있어야 한다" 고 설명한다. 굽은 3.5㎝이하, 바닥 중앙의 곡선이 발의 아치와 일치하는 게 좋다.

발건강을 위해선 바른 걸음걸이도 중요하다. 문교수는 "평상시 가슴은 펴고 배는 넣은 채 엉덩이가 수축된 상태에서 양발 간격을 5~10㎝ 벌리고 양손이 번갈아 가며 옷깃을 스치도록 걷는 연습을 하라" 고 조언한다. 이런 자세로 걸으면 발뒤꿈치→발바닥→뒤꿈치와 발바닥 앞부분이 떨어지는 3박자 내지 4박자 보행이 되면서 히프가 5㎝정도 상.하.좌.우로 흔들려 보기에도 아름답게 된다.

평상시 꾸준한 발관리도 필요하다. 퇴근 후엔 발을 씻고 말린 후 로션을 발가락→발등→발바닥→장딴지 순으로 마사지하듯 발라준다.

또한 발가락.발등.발바닥.발목 관절의 스트레칭 운동을 하루 두번씩은 하는 것이 좋다.

하루 30분 정도는 발을 심장보다 높은 위치에 올려놓는 것도 생활화해야 한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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