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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선수들이 뽑았다, 한 가락씩 하는 집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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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감자·호박·양파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은 옛날자장면과 다양한 해물을 듬뿍 얹은 삼선짬뽕은 ‘현래장’의 인기 메뉴다.

정리=서정민·이정봉·윤서현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일러스트=강일구

[자장면]

서울 마포동 ‘현래장’
이선미·이선미스피치랩 원장

1990년 서울 마포동 불교방송국 건물에 개인 연구실을 내면서 인연을 맺었으니 벌써 20년째다. 그때도 현래장은 그 자리에서만 30년째 문을 열고 있는 마포의 터줏대감으로 유명했다. 2008년에 50년을 꼭 채운 낡은 건물이 재건축되면서 불교방송국 지하로 이전했다. 이제는 종종 강의실로 자장면과 탕수육을 배달시킨다. 수강생들에게 조촐한 파티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현래장 구석 테이블은 고민 많은 제자와의 인생상담 자리다. 쟁반자장면을 앞에 놓고 둘이 울기만 한 적도 있다.

현래장에서 유명한 건 손으로 쳐서 뽑아내는 면발이다. 매일 점심·저녁 두 차례, 유리 칸막이 너머로 수타면을 뽑아내는 광경이 볼 만하다. 일반 자장면 4000원, 단호박과 감자를 굵게 썰어 넣은 옛날자장면은 5000원이다. 쟁반자장면은 6000원이다.

●서울 마포동 불교방송국 지하 1층. 02-715-0730.

경기도 하남시 ‘대원각’
이영·맛 블로거

자장면은 유년의 추억이다. 경기도 수원에 살았던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는 자장면을 사주시겠다며 서울에 데려가셨다. 도착한 곳은 노량진 육교 밑에 있는 허름한 중국집. 아버지는 그곳을 ‘자장면 매니어’ 사이에서 유명한 맛집이라고 소개하셨다. 역시 평소 먹던 동네 자장면이 아니었다. 이후 서울로 이사 와서도 종종 그곳을 찾았지만 80년대 말에 문을 닫았다. 그러다 기막힌 우연이 일어났다. 경기도 양평을 지나치던 중 밥 먹을 곳을 찾다가 허름한 중국 음식점이 보였다. 테이블 3~4개짜리의 작은 식당이었다. 자장면 맛이 놀랍게도 예전 그 맛이었다. 녹말가루를 안 쓰고 춘장을 많이 넣은 자장은 검은 색에 가까웠다. 채소는 싱싱했고 고기도 실했다. 주인 할아버지에게 말을 건네 보니 그가 바로 그 노량진 음식점의 주방장이었다. 그 후에도 자장면이 먹고 싶을 땐 그곳을 찾는다. 벌써 20년째다. 서울에서 차로 30분~1시간씩 걸리지만 개의치 않는다. 맛이 아닌 추억을 찾으러 가는 길이니까.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 조정경기장 입구에서 좌회전, 삼거리 수퍼 옆. 031-791-0589.

서울 논현동 ‘수타 손 짜장’
최범석·디자이너

술 마시면서 이야기를 실컷 하다 보면 출출해질 때가 있다. 해장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정말 배가 고픈 거다. 그럴 때 찾는 곳이 ‘수타 손 짜장’이다. 새벽 5시30분까지 문을 여는 곳이다. 야식 전문이라고 해서 맛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보통 중국음식점보다 낫다. 그래서 허름하고 좁은 식당이지만 유명인들도 일부러 찾아온다. 벽 2개 면이 그들의 사인으로 가득하다. 주문을 하면 주인은 그때부터 면을 쳐대기 시작한다. 수타 특유의 투박한 면발이 쫄깃쫄깃하다. 양파와 감자는 큼직하게 썰고, 자장도 진하게 볶아 전형적인 옛날 자장식을 따른다. 가격은 5500원. 양은 좀 적은 편이다.

●서울 논현동 리츠칼튼 호텔 맞은편. 02-3446-1860.

서울 청운동 ‘중국’
함재연·한정식집 달개비 대표

주인이 중국에 유학 갔다가 요리를 배우고 돌아와 중국 음식점을 열었다고 해서 이름도 ‘중국’이다. 자장면이 정말 맛있기로 유명하다. 소스가 부드러우면서도 튀지 않는다. 느끼하지 않고 깨끗하다. 고집이 있어서 오후 5시든 6시든 그날의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 재료가 남아도 오후 7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장사를 마감한다. 맛에 비해 식당은 작다. 탁자 4개가 전부다. 갈 때마다 기다려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자장면이 먹고 싶을 때면 언제나 그곳으로 가게 된다.

●서울 청운동 청운초등학교 옆. 4000원. 02-737-8055.

서울 신사동 ‘동천홍’
주성로·넥센 히어로즈 이사

자장면이 맛있어 봤자 얼마나 맛있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이 집은 장도 싹싹 다 긁어 먹을 만큼 맛있다. 짜거나 맵거나 달지 않고 적당하다. 자장면이 먹고 싶을 때 찾아가는 이유다. 면도 기계면이지만 부드럽다. 6000원.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산병원 뒷골목. 02-548-8887.

서울 개포동 ‘띵호아’
최동일·디자인 컨설턴트

10년째 찾아가는 단골집이다. 화교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 주방에선 중국말이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마치 중국에 온 기분이다.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 주방장이 직접 자장면을 만든다. 달고 짠 맛이 거의 나지 않고, 자장 본래의 맛이 살아 있어 ‘진짜 자장면’을 먹는 느낌이 든다. 5000원.

●서울 개포동 포이사거리 삼호물산 옆, 그린공원 골목 소나무 약국 뒤편. 02-573-2267.

서울 신림4동 ‘만리장성’
변준원·LG전자 사원

별명이 ‘면발귀신’이다. 하루에 한 끼는 꼭 면 요리를 먹는다. 그만큼 면 요리에는 입맛이 까다롭다. 만리장성은 10년째 내 입맛을 사로잡은 중국집이다. 특히 쟁반자장이 일품이다. 다른 곳보다 유난히 탱탱한 면과 해산물 가득한 매콤한 소스가 어울려 진한 맛을 낸다. 5500원.

●서울 신림4동 호림박물관 입구. 02-856-4009.

서울 효자동 ‘그 옛날 손짜장’
김화련·건축가

젊었을 때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엔 명동에 있는 동해루에 가서 자장면을 먹었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갔다. 그 집이 사라지고 난 뒤엔 자장면이 그맛이 그맛인 듯하다. 한데 요즘 자주 가는 곳이 바로 이 수타자장면집이다. 삼선자장·육사자장 등 자장면도 복잡해진 세상에 이 집에선 자장면은 오로지 ‘자장면’ 하나만 있어서 좋다. 물론 삼선짬봉은 있다. 수타면의 쫄깃한 면발이 좋아서 찾게 됐는데 느끼하지 않고 맛도 좋다. 물론 추억의 맛은 아니지만. 4500원.

●서울 효자동 효자동버스정류장 앞. 02-737-5077.

[짬뽕]

마라도 ‘원조마라도해물짜장면집’
이진주·중앙일보 기자

마라도에 가면 자장면을 먹어야 한다. 십수년 전 개그맨 이창명이 한 ‘자장면 시키신 분~’ 광고 이후 풍속도다. 한데 당시 등장하는 원조집에선 실은 자장면보다 짬뽕이 더 맛있다. 마라도에 풍부한 해물육수에 다양한 해초가 들어가 짬뽕이라기보다 해물탕에 가까운 맛이 난다. 덕분에 누구라도 거부감이 없고 유람선을 타느라 울렁거렸던 속을 다스리기에도 제격이다. 비결은 이곳 주인장의 할머니가 전북 김제에서 직접 농사 지어 보내는 고추의 매운맛이란다. 해물자장과 짬뽕 모두 5000원.

●제주 마라도 내. 064-792-8506.

서울 역삼동 ‘희래등’
이상훈·르네상스서울호텔 셰프

역삼동 인근 중국 음식점 중에서는 가장 오래됐다는 집이다. 호텔에 근무하면서 본 기간만 16년이다. 일 끝나고 소주 한잔과 함께 짬뽕 국물을 마시면 그 맛이 끝내준다. 직업 탓에 조미료 맛에 굉장히 민감하다. 그런데 이곳은 조미료 맛이 안 난다. 순수하게 음식 재료만으로 만든 국물 맛이다. 그동안 이 집 주변에 중국음식점들이 여럿 생겼지만 곧 문을 닫았다. 크고 오래된 중국집은 체인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 하도 건물이 오래돼 옆 건물로 지난해 옮긴 것이 변화의 전부다. 입맛 까다로운 호텔 직원들도 즐겨 찾는 집이라면 믿을 만하지 않을까. 6000원.

●서울 역삼역 8번 출구에서 나와 첫 번째 골목. 02-568-0772.

서울 삼성동 ‘만천성’
닉 플린·인터컨티넨탈호텔 서울 총주방장

점심시간이면 집 앞에 긴 줄이 늘어선다. 그 모습이 신기해 들어갔다가 단골이 된 집이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해물 뚝배기 짬뽕. 쌀국수를 먹을 때처럼 면 위에 숙주를 듬뿍 얹어 주는 게 특징이다. 뚝배기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먹는 내내 따뜻하다. 낙지·새우·오징어·홍합 등의 해산물이 들어가서 국물 맛도 시원하다. 한국 생활을 한 지도 벌써 3년. 한국 사람들은 술 마신 다음날 꼭 ‘해장’을 하더라. 점심시간에 만천성으로 몰리는 사람들 중 반 이상은 이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로 해장을 하려는 게 아닐까. 부드러운 면발과 쫀득한 해물이 어울려서 씹는 재미가 있는 해물 간자장도 맛있다. 개인적으로는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은 파 모양이 맘에 든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내. 02-6002-0888.

서울 천연동 ‘종합분식’
강지영·푸드 스타일리스트

배우 정준호씨가 강력 추천해서 알게 된 집이다. 테이블은 고작 3~4개뿐. 실내도 솔직히 지저분하다. 점심시간처럼 바쁠 때는 일행끼리 메뉴도 통일해야 한다. 눈치 없이 “짬뽕 하나, 자장면 하나, 군만두 하나 주세요” 했다가는 할머니의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바쁜데, 웬만하면 통일해.” “짬뽕 셋이요.” 군말 없이 할머니의 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집의 해물짬뽕이 너무 맛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떡볶이 국물처럼 빨갛고 걸죽한 것이 특징. 짬뽕을 먹고 난 빈 그릇을 보면 대개 기름띠가 남는데 이 집은 그렇지 않다. 그만큼 국물 맛이 개운하고 깔끔하다. 4000원.

●서울 천연동 독립문 근처, 천연동 동사무소 골목길 안. 02-363-6586.

인천 ‘풍미’
윤승락·진주산업대 교수

문을 연 지 50년이 넘는,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다. 스톡(겨자과의 여러해살이풀)을 넣고 센 불에서 볶아 ‘불 맛’이 제대로 나는 짬뽕이 압권이다. 중국 화상들이 모두 이곳을 떠날 때도 꿋꿋이 자리를 지켰듯 짬뽕 맛도 여전히 그대로라 고맙다. 육수를 넣고 끓인 매콤 시원한 국물을 한 숟가락 먹는 순간, 인천까지 달려간 수고 따위는 잊게 된다. 4000원.

●인천 차이나타운 내. 032-772-2680.

서울 동대문 ‘동화반점’
윤명훈·대한야구협회 심판

정식 메뉴에는 없지만 종업원에게 주문하면 만들어 주는 메뉴가 있다. 일명 ‘고춧가루 뺀 짬뽕’이다. 고춧가루를 뺐기 때문에 맵지 않아 마치 우동 같다. 그런데 느끼하지 않고 개운한 맛이 우동과는 또 다르다. 동대문야구장에서 경기가 한창 열리던 시절 야구 심판을 보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샤워 후 이 짬뽕을 먹으면 몸과 마음이 다 시원해졌던 기억이 남아 있다. 7000원.

●서울 동대문 밀리오레 옆. 02-2265-9224.

서울 삼성동 ‘마담밍’
최혜숙·휘슬러 코리아 수석 셰프

새빨간 육수에 작은 얼음이 동동 띄워진 냉짬뽕이 이 집의 대표 메뉴다. 새우·해파리·주꾸미 등의 해산물과 오이·무순 등의 야채가 풍부하게 들어간다. 단순한 ‘짬뽕+냉면’, 그 이상의 맛이다. 무더운 여름날은 물론 한 겨울에도 찾게 된다. 게다가 모든 면과 밥은 무제한 리필이 되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6000원.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2번 출구. 02-557-6992.

서울 방배동 ‘만다린’
서원예·면사랑 마케팅 팀장

서울에는 손꼽히는 짬뽕 맛집이 많다. 그들에 비하면 만다린은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이 집 짬뽕을 최고로 꼽는다. 질 좋은 재료를 듬뿍 넣고 인위적인 맛을 없앤 시원한 맛이 일품. 한마디로 ‘부티 나는 강남스타일’ 짬뽕이다. 삼선짬뽕을 시키면 그릇에서 곧 쏟아져 내릴 것처럼 새송이·표고버섯·청경채·주꾸미·오징어·새우가 듬뿍 올려져 나온다. 보기에도 싱싱한 재료를 작은 입에는 부담스러울 만큼 큼직하게 썰어 넣은 것도 특징이다. “삼선짬뽕, 면 빼고”로 주문하면 해물짬뽕탕에 가까운 푸짐한 한 그릇이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이 짬뽕을 안주 삼아 고량주를 비우는 단골이 많다. 삼선짬뽕 8000원.

●서울 방배동 7호선 내방역 8번 출구. 02-596-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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