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70%가 비정규직” 불안한 큐레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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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큐레이터협회가 최근 내놓은 ‘2009 한국 미술관 큐레이터 실태조사연구’는 큐레이터의 오늘이 ‘어둡다’고 보고한다. 전국 국·공립과 사립미술관 104곳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29명의 32%인 41명만이 정규직이었다. 10명 중 7명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큐레이터를 전문직이라 부를 수는 없다. 계약 여부를 쥐고 있는 관장의 개인 기호에 따라 큐레이터의 근무 연장이 이뤄지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최근 사립미술관 구성원이 설립 주체의 자녀나 친·인척으로 채워지는 사례가 증가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아트홀에서는 미국 뉴욕 뉴뮤지엄에서 공공 프로그램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주은지(41·2009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씨 강연이 열렸다. ‘티파니 코리아’ 후원으로 진행된 이날 강좌에서 주씨는 “한국 큐레이터의 위치는 특별하다”는 말로 어려운 실정을 표현했다. 백인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미국 미술계도 만만치는 않다고 털어놓은 주씨는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가 되고 싶다면 주변으로 밀려나지 않게 몇 십 배 더 노력해야 한다”며 “사람들을 어떻게 더 미술에 가깝게 만들고 미술관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 연구하는 것, 큐레이터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 큐레이터의 미래, 고용 불안에 밀린 숙제까지 이래저래 이중고가 뻔해 보이니….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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