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노 파업 과연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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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가 예정대로 15일 총파업에 들어갈 수 있을까.

파업 찬반투표 첫날인 9일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봉쇄작전에 막혀 곳곳에서 투표가 무산되거나 중단됐다. 투표일을 하루 더 남겨 두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는 전공노가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파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14만명)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공노는 파업 강행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영길 위원장은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방해로 투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공노는 어떠한 탄압에도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표가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바람에 당시 차봉천 위원장과 이용한 사무총장이 책임을 지고 동반사퇴한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공노 정용해 대변인도 "투표 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이미 의사가 결정됐기 때문에 파업에 들어가는 것만 남았다"고 말했다. 100억원의 파업기금이 모금될 정도로 조합원들의 의지가 분명해 파업에 들어가도 충분히 승산있다는 설명이다. 정 대변인은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인 노동 3권을 공무원들은 50년 동안 제한당하며 굴종을 감수해왔다"며 "공무원들의 단결력이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전공노가 이처럼 강공 드라이브를 펼치는 것은 공무원노조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노동 3권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공노는 올해를 노동 3권 쟁취 및 노동조건 개선의 원년으로 선언해 놓고 있다.

그러나 노조 안팎의 사정이 간단치 않아 파업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경찰이 전공노 지도부 검거와 지부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행정자치부.노동부 등 정부 관련 부처가 전공노를 압박하고 있다.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정식 노조가 아닌 전공노가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불법 파업을 계획하는 것은 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집단행동"이라며 "파업이 진행될 경우 대량 구속 등 무더기 사법처리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찬반투표와 파업을 막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에는 특별교부금을 주지 않는 등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도 이미 밝혔다. 김승규 법무부 장관은 "공무를 위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괜찮지만 파업을 위한 투표행위는 그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했다.

내부 분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두호 부산 남구지부장이 '사퇴의 변'을 남기고 지부장직을 사퇴한 데 이어 경북 포항.영천, 강원 태백 등의 지부 간부가 잇따라 사퇴했다. 또 제주도 4개 지부와 전남 구례.장성.해남군지부 등은 전공노 지시와 달리 파업 찬반투표에 불참했다.

여론이 부정적으로 형성되는 것도 전공노에 불리한 요소다. 9일 전공노 홈페이지에는 '어려운 경제 사정에서 무슨 파업을 운운합니까'(ID 어리둥절) 등 공무원들을 질타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노동계의 올해 하투(夏鬪)가 여론을 등에 업지 못해 실패했다는 교훈에 따라 전공노는 인터넷을 이용해 선전전을 펼쳤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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