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김용순비서 잠행 길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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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남북관계를 총괄해온 북한 노동당 김용순(사진)비서의 잠행(潛行)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평양 인민문화회관에서 열린 '북남 공동선언발표 1주년 기념 평양시보고회' 에 참석한 이후 한달 이상 주요 행사의 참석자 명단에서 金비서의 이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金위원장 공식활동과 관련한 金비서의 수행 횟수는 지난해 16회였으나 올해는 단 한 차례에 그쳤다.

물론 정부 당국은 金비서의 신변에 특별한 이상징후는 없으며 여전히 대남 협력사업을 주관하고 있을 것으로 파악은 하고 있다. 金위원장의 공식활동 수행 규모가 축소되고 수행원 직위도 낮아지는 등 점차 실용적인 양상으로 변하면서 金비서가 수행원에서 빠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다른 당 비서들과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 김영춘 군 총참모장 등 군 고위층의 수행횟수도 줄어들었다.

다만 당내 강경파와 군부의 견제로 金비서의 정치적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의 한 북한소식통은 "지난 3월 초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내부에서 그동안 진행돼온 남북, 북.미관계를 전면 재검토하는 작업이 이뤄졌고 金비서가 집중적으로 비판받았다" 고 밝혔다.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金비서가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연구위원은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金비서 '신변 이상설' , 북한 내 '강온파 갈등설' 등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며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그가 다시 전면에 나설 것" 으로 내다봤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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