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군에 학살당한 2만 명 추모행사 가다 참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레흐 카친스키(61·사진) 대통령은 폴란드의 민주화를 이끈 엘리트 정치 지도자다. 그는 반공산주의와 가톨릭 보수주의를 신념으로 삼아왔다. 공산 세력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아역 배우 출신인 카친스키 대통령은 바르샤바대에서 법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법학 교수의 길을 걷다가 1970년대 반공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80년에는 자유노조 파업에 참여해 노조 지도자 레흐 바웬사를 도왔다. 자유노조가 합법화된 89년 상원의원에 당선됐고, 90년 바웬사가 대통령이 되자 핵심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법무장관 등의 요직을 거쳐 2002년 바르샤바 시장이 됐고, 2005년 대선을 통해 집권했다.

그에게는 45분 먼저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형 야로슬라브가 있다. 동생의 얼굴에 있는 사마귀를 빼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닮은 형제는 정치적 동지이기도 하다. 형은 2005년 대선 때 총리직 포기를 선언해 동생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도우파 야당인 ‘법과정의당(PiS)’ 대표였던 형은 대선 2주 전에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직을 맡게 돼 있었다. 그러나 “형제가 권력을 독점하려 한다”는 여론이 일자 그는 “동생이 대통령이 되면 총리를 맡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현 총리인 도널트 투스크 후보에게 밀리던 동생은 이 일을 계기로 역전승을 거뒀다. 형 야로슬라브는 카친스키 대통령 서거 이후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반공주의자인 카친스키 대통령은 줄곧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였다. 그는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 시절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기지를 자국 내에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한편 카친스키 대통령은 2008년 12월 한·폴란드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방한,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는 당시 공산주의자들과의 대치 상황을 실감해 보겠다며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봤다. 지난해에는 이 대통령이 폴란드를 답방해 원전 건설 등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