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 배경과 전망] 각국, 달러자산 팔고 비달러자산 매입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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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국제 시장에서 달러 자산을 파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달러를 빌려 금이나 원자재에 투자하거나 중국 위안화처럼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통화에 투자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 달러 자산 매각 바람=그동안 달러 자산 매입에 열을 올렸던 국가에서는 최근 경쟁적으로 달러 자산을 내다 팔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8일 중국.인도.러시아와 중동 산유국들이 미국 달러화 표시 자산을 쏟아내고 있어 달러 가치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15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 중인 중국은 달러 대신 향후 달러화에 비해 평가절상이 예상되는 아시아 각국 통화를 매입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2000년부터 1720억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를 매입했던 중국은 최근 유로화 자산의 매입을 늘리고 있다. 고유가로 3000억달러 이상의 '오일 달러'를 확보한 중동 산유국들 역시 미국 자산을 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SBC의 외환 전문가 데이비드 블룸은 "달러 가치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 비(非)달러 자산을 사라=달러 약세 와중에 값싼 달러를 대출받아 고수익을 노리고 원자재나 금, 신흥시장의 국채와 주식 등 비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가 되살아났다. 캐리 트레이드는 미 연방기금금리가 제2차 세계대전 후 가장 낮은 1%대를 유지했던 올 초에 왕성했었다. 6월 이후에는 잇따른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이 거론되면서 다소 잦아들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에도 실질 금리는 여전히 낮으며, 마땅한 투자처도 없는 상태여서 당분간 헤지펀드가 주로 쓰는 캐리 트레이드가 활기를 띨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28일 전격 단행된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인상 조치는 위안화에 대한 투자심리를 부채질했다. 중국 정부가 조만간 위안화 환율 변동 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위안화 평가 절상을 노린 핫머니(투기자본)가 빠른 속도로 위안화를 사들이고 있다.

뉴욕.홍콩=심상복.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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