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110원 아래로 석달 새 5.1% 하락 <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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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가 무너지면서 5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수출에 큰 보탬이 된 환율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지난 주말보다 5.3원 떨어진 1105.3원으로 마감했다.

이로써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1104.4원(2000년 9월 4일)에 바짝 다가섰다. 1150원대였던 지난달 7일에 비해 한 달간 45원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 석달 새 5.1%나 떨어졌다. 환율 급락으로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선 금리와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일본 엔화 환율이 달러당 105엔대로 떨어졌다는 소식과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 설이 퍼지면서 단번에 1110원선을 무너뜨리며 출발했다. 환율이 1105원대로 떨어지자 당국이 시장에 적극 개입했고 일본도 105엔에서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며 1105원선을 가까스로 지켰다.

이날 환율 하락세는 무엇보다 세계적인 달러 약세 흐름에서 비롯됐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호전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미국의 쌍둥이(경상.재정수지) 적자에 대한 불안감이 달러 약세 흐름을 돌려놓지 못했다.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도 달러 약세를 부채질했다. 세금을 깎아주면 소비가 늘어 결국 경상수지 적자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됐다. 중국도 위안화 절상에 대비해 달러 팔자에 나서 달러 하락세를 부추겼다.

한국 정부는 환율시장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환투기가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중국.일본의 경기가 미국보다 좋고 미국이 막대한 쌍둥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 달러 약세 기조는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나 기업도 1100원선 이하의 환율을 염두에 두고 경제계획과 투자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채권시장에선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지난 주말보다 0.05%포인트 내린 연 3.51%로 마감됐다. 또 3년 만기 회사채는 0.06%포인트 떨어진 3.95%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에선 종합주가지수가 14.57포인트 떨어진 846.11로, 코스닥지수는 2.52포인트 떨어진 360.18로 마감됐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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