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대 그룹 규제완화 방침 개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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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개혁 후퇴' 라는 말을 들을까봐 미뤄온 30대 그룹에 대한 규제완화를 결국 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올 5월까지 11개월 째 감소한 설비투자를 늘리기 위한 다른 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서둘러 외국인 투자환경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비중있는 투자자를 모두 중국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 추가 규제완화에 나선 이유=진념 경제 부총리와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투자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규제를 풀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설비투자 감소가 잠재성장력을 갉아먹어 실업 증가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려는 것을 막으려면 기업의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규제를 푸는 대신 기업들도 지배구조 개선이나 투명경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기업에 대한 요구로 내년 3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기 위해 가을 정기국회에서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집단소송제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을 의식해서인지 이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주말 전경련.재경부.법무부 실무자의 워크숍에서 전경련 참석자들도 집단소송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실무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성장하는 중국경제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한국에 투자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포기한 사례도 나타났다.

세계적 완구업체인 R사는 수도권에 큰 공장을 세우려다 수도권 집중억제 시책에 따라 여의치 않자 최근 사업계획을 포기했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한국이 투자환경을 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현재 32%에 달하는 외국인 주식 투자 지분 중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 무엇을 푸나=국내기업과 관련해선 30대 그룹에 대한 출자 총액제한제도 등은 지배구조 개선이나 경영의 투명성이 더 확보될 때까지 유지하면서 곁가지 규제를 없앨 방침이다. 폐지를 검토 중인 25개 개별법의 30대 그룹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그 예다.

지자체들이 행사하는 토지이용 제한과 같은 각종 규제도 완화 대상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자원부는 이미 지방 기업들을 대상으로 창업제한과 경영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실태를 조사 중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30대 그룹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것이 결코 개혁 후퇴는 아니다" 며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를 풀어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리려는 취지" 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와 관련해선 주한 외국상공회의소들을 대상으로 애로사항을 조사할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洞)지구 등 외국에 비해 불리한 ▶토지이용에 대한 제한▶세제상 불리한 점 등이 조사 대상이다. 정부는 조사결과를 하반기에 제정될 국토기본법과 국토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에 반영할 방침이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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