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심화·기초반 신설] 교사·학생들 기대·우려 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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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반계고의 영어·수학 수업에 기초반과 심화반을 두는 방안이 발표되자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우선 수준별 수업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서울 경복고 이상수 교사는 “현재는 수준별 수업을 해도 같은 시험 문제로 평가하기 때문에 정작 수준별 수업의 효과가 시험에 반영이 안 됐다”며 “새 제도가 도입되면 이러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율형 사립고인 서울 한가람고의 백성호 교감도 “우수 학생이 성적 걱정 없이 심화반 과정을 들을 수 있다면 수업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 숙명여고 1학년 신수정(17)양은 “수준에 따라 심화 과정을 골라 들을 수 있게 된다면 진로를 정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방안이 학교 간 격차를 더 크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인창고 임병욱 연구부장 교사는 “대부분 학교는 아직까지 수준별 수업을 소화할 교실과 강사가 확보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우수 학생들이 여건이 나은 자율고에 더 몰려 학교 간 격차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내에서 사실상 우열반이 공식화돼 사교육이 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산고 박형석 연구부장 교사는 “성적에 따른 우열반 편성이 제도적으로 허용된 셈”이라며 “상위권 대학들이 심화반 이수 학생을 우대할 가능성이 커 심화반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이 늘어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과부 방안은 우수 학생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 있다”며 “기초반은 ‘기초 학력 미달’이라는 낙인 때문에 학생들이 수강을 꺼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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