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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임 아나 "회식 건배사 아직도 무서워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오후 서울 강남 청담동의 한 미용실. KBS 박사임 아나운서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박 아나운서의 하루 일과는 미용실에 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청자들을 만나기 위한 일종의 준비인 셈. 이렇게 준비를 마친 그녀의 '아나운서 박사임'으로서 하루 는 오후 5시 30분 서울 여의도 KBS에 출근하는 것으로 시작,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세계는 지금'을 마친 후인 다음날 새벽 1시 30분에야 모두 끝난다.

'열린 음악회', '가족오락관', '생방송 시사투나잇'를 진행했던 박사임 아나운서는 현재 주중에는 '세계는 지금'으로, 주말에는 전현무 아나운서와 '영화는 좋다'로 시청자를 찾고 있다. 단아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가장 아나운서다운 아나운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있는 박사임 아나운서를 만났다.

'스몰 에이형 소심쟁이'.. 아나운서를 꿈꾸다

지금은 전 국민 앞에 서는 아나운서가 됐지만 사실 박사임 아나운서는 '전형적인 A형'이다. 본인 말로는 "A형 중에서도 스몰 에이(a)형"이라고.

"어릴 적 꿈이 피아니스트였어요. 하지만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두려워 포기할 정도로 소심했어요. 대학(이화여대) 다닐 때도 맨 뒤에만 앉았죠. 참여수업이나 발표수업은 당연히 피해 다녔고요(웃음)."

이런 그녀가 대학졸업을 앞두고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했을 때 박 아나운서의 아버지는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아버지가 꿈꾸는 그녀는, '은행에 취직해 25살에 결혼하는 것'이었다.

"아나운서를 준비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왜 몇 백 명 중에 불과 몇 명만이 뽑히는 어려운 길에 도전 하려느냐'고 하셨어요. 하지만 딸이 힘든 길을 결정하고, 심지어 대학 졸업 후 버는 돈 없이 1년간 백수로 살 때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지켜 봐주셨어요."

아나운서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2002년 첫 도전에서 방송3사 최종까지 갔다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첫해 "나 정도면 괜찮지"는 두 번째 해에는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힘들 때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근데 막상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막연히 꿈꿨던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가 더 확고해지는 순간이었죠. 두 해를 하고 안되면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접으려고 했었어요."

그는 "안 무너지고 어두운 길을 뚜벅뚜벅 걸었던 게 결국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게 한 것 같다"며 "아나운서 시험은 공부하면 할수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인연이 닿아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여기서 잠깐. 아나운서가 된 후 그녀의 '스몰 에이형 소심증'은 극복됐을까. 박 아나운서는 "회식 때 건배사 하는 게 아직도 무섭다"고 웃으며 말했다.

"패셔니스타요? 입사 전에는 어머니가 사주는 옷만 입었어요"

박사임 아나운서는 단아하다는 평 외에 아나운서계의 대표적인 '패셔니스타'로 꼽힌다.

"패셔니스타요? 왜 그런 얘기가 나오지는 모르겠네요(웃음). 방송이란 게 내 모습을 가장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나운서를 떠나 연예인 등 방송하는 사람들은 그런 객관적인 모습에 아픔을 겪고는 하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화면에 비치는 단점을 인정하는 시간이 오면 내가 가진 장점을 좀 더 부각시키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입사 전에는 대학교 때 까지도 어머니가 사주시는 옷만 입을 정도로 패션에 적극적인 관심이 없었어요. 그만큼 입사 후에 우여곡절이 많았죠. 지금은 아는 패션스타일리스 후배들에게 조언도 받고 그래요.

사회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하는 여동생에게 들려주는 마음으로 책을 쓸 생각도 있어요. 그맘때 여성들은 쓸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돈이 한정돼 있거든요.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한 때 모 영화잡지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기도 했던 박 아나운서는 "그 때는 마감이란 게 참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지금은 책도 쓰고 싶고, 글도 기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아나운서다운 아나운서 되고 싶어"

한때 '아나테이너'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딱딱한 이미지의 아나운서들이 어느 순간 각종 예능프로그램들에 출연하며 '아나운서 이미지'를 깨기 시작했던 것. 시청자들의 반응은 "아나운서가!"와 "아나운서가?"로 반응이 엇갈렸다.

"아나운서도 조직원인 이상 조직에서 원하면 해야 해요. 시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아나운서가 예능에 얼굴을 비치는 건 아나운서의 영역이 넓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부작용도 있죠. 인터넷에서 검색어 1위 하는데 신경을 쓰거나 셀러브리티(celebrity, 유명 연예인)욕구가 보이는 후배들도 있는 게 사실이에요."

박 아나운서는 "그런 건 개인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선배들이 닦아온 아나운서란 이미지를 지키고 싶다고 했다.

"시사프로그램을 하던, 예능을 하던 뭐를 해도 아나운서잖아요. 수십 년간 선배들이 쌓아온 공이 지금의 '아나운서하면 뭐'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봐요. 10년 전 우리 선배들이 갖고 있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지켜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카메라 앞에서는 프로, 카메라 뒤에서는 현모양처가 꿈"

1979년생인 박사임 아나운서는 올해 서른두 살이다. 30대 아나운서에게 일과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

"당장 지금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안 들어요. 한 때는 '내년에는 할 거에요, 내년에는 할 거에요'라고 말하고는 했는데, 그게 5년간 계속되니 이제는 아무도 안 믿네요(웃음). 올해 서른두 살인데 이제는 나이 들수록 더 좋아요. 발전하는 제 모습이 보이니까요.

그렇다고 결혼에 생각이 없다는 건 아니에요. 오빠도 아직 결혼을 안했는데 어머니는 자식 둘이 방을 안 뺀다고 푸념이시거든요.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사람하고 해야죠. 결혼을 하더라도 기혼 여성으로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송을 할 수 있잖아요."

이상형을 안 물어 볼 수 없다. 그녀의 눈이 반짝인다.

"짧은 머리에 단정한 사람이 좋아요. 멋 내는 사람은 별로 안 좋아해요. 깔끔하고 단정한 사람이 이상형이죠. 가볍게 말 많이 하지 않고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아무래도 제가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잘 생기면 좋죠(웃음)."

박 아나운서는 이어 "'물!'하면 떠다줄 정도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나운서 박사임이 꿈꾸는 '아나운서 박사임'의 미래는 무엇일까.

"아나운서의 느낌을 지켜가는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싶어요.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에서 선구자적인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제가 그랬듯 후배들이 따르고 싶은 아나운서가 되는 게 목표에요. 카메라 앞에서는 늘 프로이고 싶고 카메라 뒤에서는 현모양처요. 너무 욕심이 큰 가요?(웃음)." <장소협조=파비엔h>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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