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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트로폴리스'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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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대가 프리츠 랑(1890~1976)감독의 '메트로폴리스' (1927년 개봉)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세계 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 자문회의' 에서 '메트로폴리스' 는 '직지심경' '승정원일기' 등과 함께 인류가 영원히 기억해야 할 기록물로 인정받은 것이다. 특히 '메트로폴리스' 의 세계 기록유산 등재는 영화의 문화적 가치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음을 의미한다.

영화평론가 조희문(상명대교수)씨는 "영화가 20세기 대중문화를 이끌어왔음에도 그 문화적 가치는 영화가 가진 대중성으로 인해 소홀하게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유네스코의 조치는 영화의 문화적 역할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로 영화사에서 중요한 사건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메트로폴리스' 의 선정은 올초 국제영상자료원연맹이 "세계 기록유산으로의 가치가 충분하다" 며 심의를 의뢰해 이뤄졌다.

국제영상자료원연맹의 정홍탁 부회장은 " '메트로폴리스' 는 무성영화시대의 황금기에 나타난 표현주의 영화의 대표작으로 지금 봐도 시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또 초기 영화로는 보존상태가 우수하고 감독의 지명도가 높은 점 등이 연맹의 추천을 받은 배경" 이라고 분석했다.

이 영화는 노예 제도에 의해 지탱되는, 당시로는 미래인 21세기 거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SF의 고전이다.

출연진이 3만7천명에 달하고 7백만 마르크가 투입된 대작으로, 미래 도시를 표현한 감독의 출중한 영상 감각이 돋보인다. 건축학적인 무대 장치와 낭만적인 조명 등 이 영화에서 선보인 독특한 기법은 1930~4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서사구조와 기술적 혁신에 큰 영향을 끼쳤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친구이기도 한 프리츠 랑 감독은 1919년 '할프블루트' 로 데뷔, '마브세 박사' (24년)등을 제작하며 독일 무성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한편 지금까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 기록유산은 모두 69점. 한국의 『훈민정음 해례본』『조선왕조실록』, 구텐베르크본 『성서』, 입센의 『인형의 집』육필원고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20세기 이후의 작품은 '메트로폴리스' 와 함께 호주 원주민 운동가 에드워드 코이키 마보의 재판 문서,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학살 기록물 등 모두 7점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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