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연방, 밀로셰비치 인도 싸고 갈등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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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의 유엔전범재판소(ICTY) 인도를 둘러싼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연방 대통령과 조란 진지치 세르비아 공화국 총리간의 갈등이 점차 권력투쟁으로 변질하고 있다.

코슈투니차 연방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밀로셰비치가 ICTY에 인도되자 TV에 나와 "이는 불법이며 위헌" 이라 비난하고 "그가 유고를 떠난 다음에야 보고를 받았다" 고 주장했다.

그러자 진지치 총리가 즉각 "이는 사실과 다르며 밀로셰비치 인도문제를 코슈투니차와 협의했다" 고 맞받으며 당시의 대화록을 공개했다.

진지치는 1일 AFP 통신과의 회견에선 한술 더 떠 "ICTY가 전범용의자로 수배한 인물을 추가로 인도하겠다" 고 밝혔다.

두 사람은 유고연방의 장래문제를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로 이뤄진 유고연방은 현재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몬테네그로에선 지난 4월의 총선에서 독립 지지파가 승리한 데다 이곳 출신인 지지치 유고연방 총리가 밀로셰비치 인도에 항의, 지난달 30일 사임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코슈투니차는 연방 유지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반면 진지치는 별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연방이 붕괴하면 연방 대통령인 코슈투니차는 끝장이지만 세르비아 총리인 진지치는 오히려 권력을 강화할 수 있다.

코슈투니차는 지난달 30일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를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등 연방 유지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진지치 세르비아 총리는 1일 독일 ARD 방송과의 회견에서 "연방이 붕괴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고 잘라 말했으나 dpa 통신과의 회견에선 "연방이 분리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몬테네그로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며 발언수위를 누그러뜨렸다. 일단 본심을 감추고 사태를 관망하겠다는 것이다.

밀로셰비치 인도를 놓고 유고 국민도 정확히 반반으로 갈려 있어 '실리' 의 진지치와 '명분' 의 코슈투니차 중 누가 최후의 승리자가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가 힘들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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