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부품생산 중기들 직접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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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화공단에 위치한 대용산업의 직원 280명은 최근 내년 수출 물량을 소화하느라 토요 휴무까지 반납한 채 근무하고 있다.

대용산업은 내년부터 자동차 엔진컨트롤유닛(ECU) 박스 600만개를 세계 자동차 생산 1위인 미국의 GM에 독점 공급한다. 600만개의 ECU 박스는 GM이 북미에서 생산하는 모든 차량에 들어갈 만한 물량이다. 이 회사 장찬호 해외영업부장은 "기술력과 품질을 꾸준히 향상시킨 결과 내수 대비 수출물량을 7대 3 정도로 유지해 안정적인 공급루트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의 문을 직접 두드리는 실력 있는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산업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수출액은 2001년 22억2300만달러에서 지난해 말 42억2700만달러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협소한 내수시장에서 벗어난 이들은 판로를 확대하면서 세계적인 업체들에 대한 납품을 통해 품질과 기술력도 인정받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시화공단에서 자동차 안전벨트와 에어백을 생산하는 ㈜코모텍은 세계적인 자동차부품업체인 델파이와 거래를 트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연 360만개씩의 안전벨트와 에어백을 델파이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현재 현대.기아차나 GM대우.쌍용.르노삼성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에 직접 부품을 납품(1차 벤더)하는 업체는 약 878개사다. 이중 8%가량인 69개 업체만이 대기업이고 나머지는 종업원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물론 원청업체들의 협력을 통해 기술개발이나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한 업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상당수는 납품량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기 때문에 원청업체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세계시장 진출에 성공한 부품업체들은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다.

클러치 코일을 연간 400여만개씩 생산하는 W산업 역시 이전과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클러치 코일 생산량 전부를 미국 포드자동차에 수출하려 했으나, 이를 알게 된 한 완성차업체 구매팀장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거래처 유지를 요청했다. 이후 W산업은 이 업체로부터 해외에 동반 진출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실제 해외진출 때 현지 공장 부지 구입에서부터 법인 설립까지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시화무역진흥재단의 이태완 실장은 "최근 세계적인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는 중소 규모의 부품업체들이 늘고 있다"면서 "아직은 기술개발과 해외 마케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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