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앞서 '비포' 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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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고장난 제품을 수리해 주는 곳에 불과하던 고객센터가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체험 마케팅'에 눈 뜨면서 자사 제품을 만지고 사용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소비자를 잡기 위해 다양한 재미를 제공하기까지 한다.

고객 센터 탈바꿈이 가장 활발한 곳은 디지털 카메라.MP3 등 20대 취향의 제품군이 많은 전자업계다. 수리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때우는 곳이 아니라 와서 즐기고 놀 수 있는 환경으로 고객센터 개념을 확 바꾸고 있다.

올림푸스한국의 고객센터 '올림푸스 존'은 자사의 모든 제품을 체험할 수 있고, 남대문점의 경우 1주일 동안 카메라를 무료로 빌려준다. 부산점은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를 위한 공간을 내주고 사진 강습도 하고 있다.

레인콤의 '아이리버 존'에선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고 음악을 다운로드받아 MP3 플레이어에 전송할 수 있다. 대학로점에선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게 2층 공간을 카페처럼 꾸몄다. 이 회사 측은 "이제 고객센터는 애프터(After) 서비스뿐 아니라 비포(Before) 서비스를 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혈당측정기를 생산하는 한국로슈진단은 고객센터를 '당뇨정보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상근 간호사가 혈당측정기 사용요령을 알려주며 혈당측정에 대한 정보를 준다. 제품을 한 번 사면 애프터 서비스를 평생 공짜로 해준다.

이동통신업체의 고객센터는 애프터 서비스가 안 된다. 그러나 주 사용층인 젊은 세대를 겨냥해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게 특색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의 SK텔레콤 'TTL존'은 실내에 풀밭.천연이끼를 깔았고 산새와 시냇물 소리를 틀어놓고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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