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쾌감 예찬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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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섹스가 남성의 기(氣)를 앗아간다는 그릇된 의학상식이 횡행했다. 그래서 지나치게 색(色)을 탐하면 두뇌가 상하고, 심하면 생명까지도 빼앗긴다고 믿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곽대희의 性칼럼

아무런 근거 없이 기력상실의 원인으로 이어진 섹스로부터 사람들 특히 남성을 구하기 위해 생명의 원천인 정액의 손실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중국의 한의사들이 정액을 절약하기 위한 방법으로 ‘접즉무설(接則無泄)’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 사람의 생각도 바뀌는 법. 요즘은 섹스는 하면 할수록 신지대사를 촉진하고 에너지 순환을 도우며 스트레스로 찌든 정신을 이완시킨다는 등의 장점을 거론하며 섹스 예찬 쪽으로 급선회하는 추세다.

의대 생리학교실의 연구결과나 국립보건원의 조사결과가 다 같이 긍정적인 입장으로 정리된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불어온 웰빙 붐이 섹스의 가치를 업그레이드시켜 놓았다.

지난날의 가치관이었던 처녀 지상주의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다소 섹스 경험이 있더라도 상관하지 않으면서 쉽게 오르가슴에 오르는 여성이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대범한(?) 세상으로 변해 버렸다.

불감증은 과거의 정신적 손상이 만든다는 정신과적 원인이 있고, 섹스 기술상의 실수가 유발한다는 가정과 의사들의 견해가 대립되는 질병인데, 특히 후자의 경우 성적 자극을 채집하는 감각기관, 즉 클리토리스 위치가 잘못돼 피스톤 운동 시 페니스 배면과 마찰하는 클리토리스가 서로 분리된다는 이론을 근거로 수술적 개선책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것을 교정하기 위해 클리토리스와 질구 사이가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서로 근접시켜주는 수술이 개발되었는데, 이런 방법으로 불감증 여성의 30%정도에서 오르가슴 감지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을 보았다는 의사가 등장했다. 그 장본인이 제임스 바아트라는 외과의사였다. 실제로 바아트 박사로부터 소위 ‘사랑의 고리 수술’을 받은 한 여성은 다음과 같이 수술 효과를 설명한 바 있다.

“우리 부부에게는 자식이 여섯 명 있습니다. 25세 때 첫 아기를 출산한 뒤 질이 헐렁해지고 쾌감도 거의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 뒤로 나는 여자로서 어떤 결함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50대 중반에 바아트 박사에게 수술을 받은 후, 나는 훌륭한 쾌감을 얻고 있습니다. 남편도 매우 기뻐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심리적 만족도 얻었습니다.”

바아트 박사는 광고나 선전을 하지 않지만 그 혁명적 오르가슴 증대방법은 입에서 입으로 퍼져 나갔다. 당시 출간된 베스트셀러 『하이트 리포트』가 미국 여성의 다수는 클리토리스에 의해 오르가슴을 얻는다고 해 종래의 버자이널 이론(vaginal theory)을 깨트림으로써 그의 명성이 높아지는 데 한몫 거들었다.

우리나라에도 바아트 박사의 수술방법이 도입되어 시술하는 의사가 있는 것을 아는데, 필자는 그 성과를 찬양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 이유는 수만 년 동안 인류는 지금의 구조로 부부 사이에 별탈 없이 지내왔는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모든 동물이 필요한 구조와 형태로 발전해 왔다는 진화론을 벗어난 것이다.

여성의 오르가슴은 단지 클리토리스에서 얻어지는 감각이 아니고, 입술이나 가슴에 대한 부드러운 애무에 업그레이드된 성적 심리가 플러스되면 종합반응 형태로 출현할 수 있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9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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