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버들개지 - 버들강아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9면

‘버들강아지 눈 떴다/ 봄 아가씨 오신다./ 연지 찍고 곤지 찍고/ 봄 아가씨 오신다. …’(동요 ‘봄 아가씨’)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도 이제는 물러가나 보다. 물가에는 봄의 전령인 버들강아지가 피어나 새봄을 알리고 있다. 솜털처럼 부드럽게 다가와 봄을 속삭이는 ‘버들강아지’를 ‘버들개지’라고도 부른다. 둘 중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복수표준어로 둘 다 맞는 말이다. 중세에는 ‘버듨가야지’ ‘버듨개야지’란 표기가 사용됐다. ‘버듨개야지’는 발음을 편리하게 하다 보니 더욱 간결한 표현인 ‘버들개지’로 변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버들강아지’는 ‘가야지’와 ‘강아지’의 발음이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보드라운 털이 강아지의 그것을 닮아 ‘버들강아지’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유추하는 이도 있다. ‘개지’가 ‘강아지’의 사투리라는 점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

어찌 됐건 ‘버들강아지’ ‘버들개지’ 모두 표준어이므로 어느 것을 사용해도 관계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버들강아지’가 비교적 근래에 생겨난 말로 ‘버들개지’보다 친숙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버들강아지’가 더욱 많이 쓰이는 추세다.

배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