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덕의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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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The Art of Virtue, 벤저민 프랭클린 지음
정혜정 옮김, 21세기북스, 390쪽, 1만5000원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근면하고 성실해야 한다. 절제가 몸에 배야 한다.”

미국의 정치가·사상가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의 말이다. 그가 말하는 덕을 쌓는 특별한 기예란 이런 것들이다. 공자님 말씀이다. 이런 말을 누가 못할까. 어떤 이는 그럴지 모르겠다. 순진한 생각이라고. 그런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하지만 프랭클린의 삶을 생각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맥락을 무시하고 말을 뚝 떼어서 자기방식으로 받아들이면서 저지르는 곡해. 우리는 위인들의 금언을 대하면서 이런 실수를 저지를 때가 종종 있다.

프랭클린은 기존의 난로보다 효율이 좋은 ‘프랭클린 난로’를 개발한다. 그는 큰 돈을 벌 수 있었지만 특허를 내는 대신 신문에 설계도를 공개한다. 부의 축적보다 그 과정을 중시했던 프랭클린의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의 자세를 생각하고 그의 금언을 다시 읽어보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프랭클린은 서로 이질적으로 보이는 정치·외교·과학·사업에서 모두 크게 성공한다. 아니 성공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그는 미국이 ‘식민지’ 라는 치욕스러운 이름을 떼어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영국으로 건너가 인지조례(영국이 북아메리카에 강제적으로 실시한 최초의 과세법)의 철폐를 이끈 일은 유명한 일화다. 프랭클린이 번개가 치는 하늘에 연을 띄워 전기이론을 실험한 일은 과학서적에 단골로 등장하는 삽화다. 피뢰침은 그의 업적이다. 당시 영국에선 전기를 연구하는 자들을 프랭클린주의자라고 칭했다고 한다.

그의 인생은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프랭클린의 삶에는 원칙이 있었다. 철저히 계획하고 그렇게 살도록 노력했다. ‘진행평가’는 그가 얼마나 철저하게 자기 삶을 조율해나갔는지를 잘 보여준다. 절제·침묵·질서·절약 등 13가지 덕목을 표로 만들어 매일 매일 자기 삶을 체크해 나갔다.
그를 이끌었던 것은 엄격한 신앙과 공리주의적 태도였다. “모든 인간은 게으름을 사랑한다. 하지만 잘 살려면 근면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근면과 책임감은 덕이다. 게으름은 욕정이 된다.” 그에게 최대 과제는 ‘정욕적인 자신을 어떻게 문명화할 것인가’였다.

그가 말하는 덕의 기술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건 매우 단순하고 선형적이다. 감정과 욕망으로 복잡한 인간. 선과 악의 양면을 지닌 인간은 완전히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없는 혼란한 존재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방향성이 있기 마련이다. 프랭클린의 삶과 글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복잡한 욕망과 가치 속에서도 ‘도덕적’ 삶의 궤적을 직선처럼 유지했기 때문이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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