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일류국 되는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한국 경제가 재도약에 성공하려면 유럽 강소국(强小國)들의 발전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경제 불안이 가중되고 중국 등 경쟁국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상태에서 일류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이나 초강국 미국보다는 디지털화와 개방정책을 기반으로 일어선 유럽 강소국들의 경제 시스템이 발전 모델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http://www.seri.org)는 20일 발표한 '일류국으로 가는 길' 이라는 보고서에서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어도 인터넷을 통한 정보화시대의 도래로 한국 경제는 재도약 기회를 맞았다" 며 "60년대 초반에서 70년대 중반까지 제조업 중심의 일본 모델을 바탕으로 고도성장을 구가했다면 이번에는 디지털화로 최근 10년새 일류국으로 발돋음한 유럽의 작은 강국들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보고서가 주목하는 유럽의 강소국들은 핀란드.스웨덴.아일랜드.네덜란드 등 4개국. 모두 인구 수백만에서 1천5백만 명 정도의 소국이면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나 세계경제포럼(WEF) 등이 선정하는 경쟁력이 강한 나라,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늘 상위에 랭크되는 나라들이다.

보고서는 특히 핀란드를 주목했다. 93년 버블 붕괴와 금융기관 부도로 경제성장률이 - 6.2%로 곤두박질치고 실업률이 17.9%에 이르는 등 큰 위기를 맞았음에도 재빠르게 체질을 바꿔 노키아나 리눅스 등 세계적 기업들을 갖게 됐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보고서는 "핀란드는 자국의 특성을 파악한 후 세계의 조류를 읽어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며 ▶총리실 직속의 '금융위기관리 특별위원회' 를 통해 부실을 조기에 처리했고▶일찌감치 정보통신 산업으로 방향을 전환했으며▶이 과정에서 목재나 펄프 등 전통산업을 과감히 정리했다는 점 등을 위기 탈출의 주요 동인으로 분석했다.

柳상영 수석연구원은 "강소국들의 특징은 한 마디로 기업을 하기 좋다는 것" 이라며 "창업이나 기업 경영시 비용과 노력이 적게 든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치적 안정과 노.사.정의 화합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柳연구원은 또 "핀란드나 아일랜드의 경우 정부와 기업이 국가 이익을 위해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고 노사간에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신사회 협약' 을 맺은 점 등이 특히 배울 만 하다" 고 말했다.

이재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