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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전통문화특구 "개발 묶여 재산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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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주시의 전통문화특구 조성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시가 천년고도의 체취가 남아있는 교동.풍남동 일대 한옥촌을 한옥 관광명소로 개발.육성하려 하고 있으나 대상지역 주민들은 "각종 제한으로 재산피해가 우려된다" 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 한옥촌 규모와 역사=완산구 교동.풍남동 일대 한옥촌은 가로 5백여m.세로 1천여m 구역에 전통 기와집 8백여채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 한옥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고려 말기쯤으로 추측된다. 특히 조선 중기 이후 양반들이 많이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기와촌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의 건물들은 상당수가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 다시 지어지면서 실내구조와 담.대문 등이 전래의 양식과는 많이 멀어졌다. 그러나 한옥의 모양.구조를 시대적 변천에 따라 살필 수 있고 독특한 문화적 향취를 느낄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주변에 유적지도 많다.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모신 경기전을 비롯해 풍남문.한벽당.오목대.향교 등이 있다. 이곳들은 TV 사극과 영화촬영의 단골 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 전통문화특구 개발 계획=풍남동.교동 한옥보존지구 8만여평에 6백여억원을 투입, 2009년까지 3단계로 개발할 계획이다.

전통 한옥에서 숙식하면서 양반들의 생활을 체험하는 '한옥문화 체험관' 과 전통 민속주 제조 및 음주법을 알려주는 '술 박물관' 이 세워진다.

한지.부채.자수 등 전통공예품을 제작.판매하는 '전통공예품 전시관' 과 한의학의 역사 자료와 한약재를 전시하는 '한의학 박물관' , 비빔밥 등 전주의 고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관' 도 건립한다.

전주시는 현재 전통문화특구 개발을 위한 지원 조례의 제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6월 교동.풍남동 일대를 도시설계구역으로 지정해 놓기도 했다.

특히 리베라호텔 뒤편 1만4천여평 내 한옥은 신축이나 증.개축때 1층으로 제한하고 소방도로 대신 전통적인 골목길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대신 건축공사비 등을 전체의 3분의2까지 3천만원 한도 안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 주민 반발=풍남동.교동 거주자들은 "1977년부터 20여년 동안 한옥보존지구로 묶여 사유재산권을 침해받고 동네가 슬럼화하는 등 많은 피해를 입었다" 며 조례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개발이 불가피하다면 전통 한옥을 2층까지 지을 수 있게 해 주고 골목길뿐 아니라 소방도로도 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건축공사비 또한 5천만원 한도 내에서 전체의 80%까지 지원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이같은 요구조건을 내걸고 18일 집회를 시작, 오는 29일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전주시는 2층을 지을 수 있는 크기의 대지가 아주 적고 소방도로를 개설할 경우 한옥 50여채가 파손된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다만 골목길 정비와 공사비 지원 상향조정 등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면서 문화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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