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장인정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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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호 02면

신간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아름지기 엮음, 북노마드 펴냄)를 읽었습니다. 우리 것의 가치를 계속 이어가는 우리 시대 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국악전문 음반사 악당이반의 김영일 대표, 사진가 배병우,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 조희숙 전 우송대 외식조리학과 교수 등 최고 전문가들의 육성을 한데 모았습니다. 깊은 내공에서 우러나오는 육성이 큰 울림을 줍니다.

장인(匠人)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김영일 이반 대표는 “자기가 속한 영역의 한 부분에서 심관(心觀)을 한 사람이 장인”이라고 말합니다. 심관이란 마음을 본다는 뜻인데, 남의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경지에 이르렀음을 말합니다. 그래서 그 결과물은 마음으로 전달돼 오래도록 사랑받는 생명력을 지닌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장인정신이란 무엇일까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엇이든 끝까지 하려는 자세와 노력이며, 장인은 아무나 될 수 없지만 장인정신은 누구든 가질 수 있다.” 끝까지 하는 자세는 무엇일까요.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것이죠.

문득 이번에 순직한 해군 특수전여단(UDT)의 한주호(53) 준위가 떠오릅니다. 그가 이번에 보여준 용기와 성실성, 투철한 군인 정신이야말로 장인정신의 본질이겠죠. 그의 이야기를 1면 톱기사로 다룬 중앙일보 3월 31일자 신문을 보고 한 시민이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오늘자(중앙일보)는 내겐 출근길 전철에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도록 만든 감동이었고, 주말 아파트 분리수거 때 버려야 할 신문이 아니었다. 그리고 15개월 된 아들이 크면 꼭 보여줘야 할 유산이었다.”

그 분은 “넘기고 넘겨 구깃구깃해진 우리 집 신문 대신 새 신문을 구해 영전에 국화 대신 놓고 오겠다”고도 했습니다. 님은 갔지만 그의 정신은 우리에게 이렇게 남아 있습니다. 고 한주호 준위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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