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평창과 뮌헨의 파워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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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 도시를 놓고 평창과 독일 뮌헨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평창은 2010년 및 2014년 올림픽 유치전에서 모두 간발의 차로 고배를 마셨지만 국제 스포츠계에서 신뢰는 축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뮌헨은 1972년 여름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여름·겨울 올림픽 동시 개최 도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독일은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종합 1위,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종합 2위에 오른 겨울 스포츠 최강국이다. 한국도 밴쿠버에서 종합 5위에 올라 크게 불리하진 않다.

평창과 뮌헨, 그리고 프랑스의 안시는 지난달 15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 내용을 보면 평창이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외신은 뮌헨이 1위, 평창이 2위, 안시가 3위라고 분석해 놓았다.

신청서 내용을 한번 따져보자. 평창의 유치자금은 3150만 달러(약 409억원)이고, 뮌헨은 4240만 달러(약 551억원)로 자금 동원 능력은 뮌헨이 한 수 위다. 더구나 뮌헨은 유치자금 전액을 독일 스폰서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BMW·루프트한자·아디다스·지멘스 등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60% 이상을 확보했다. 이에 비하면 평창의 실적은 미미하다. 평창의 국내 마케팅 총 수입예상 목표치는 6억5100만 달러(약 8561억원)인 데 비해 뮌헨은 10억7400만 달러(약 1조3962억원)로 뮌헨의 예상 수익이 월등히 뛰어나다. 물론 실현 여부는 미지수지만. TV 중계권료의 대부분을 지불하는 미국 TV사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 황금시간대 생중계와 광고 유치 측면에서 평창보다는 시차가 적은 뮌헨을 선호한다.

평창이 유리한 면도 많다. 경기장 분포와 경기장 간 거리(평창은 모든 경기장이 30분 이내, 뮌헨은 스키와 빙상경기장 간 거리가 60분 이상)에서 유리하다. 겨울 스포츠 확산과 겨울올림픽의 균형 발전이라는 IOC의 목적 차원에선 평창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정부의 지원, 지역 주민과 국민 성원에선 평창이 월등하다. 그러나 개최 도시 선정 결과는 현재 IOC 위원 114명 중 투표권이 있는 108명(유치 희망국 위원 제외) 개개인의 선호에 달려 있다. 따라서 평창이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려면 IOC 위원들의 공감대를 효과적으로 집약시키고 지속적으로 잘 관리해야 한다. 누가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양국의 파워맨들을 비교해 봤다.

1.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vs 베네딕트 교황 2. 이건희 IOC 위원 vs 토마스 바하 IOC 부위원장(차기 위원장 후보) 3. 조양호-김진선 평창유치위 공동위원장 vs 토마스 바하 뮌헨유치위 총괄위원장 4. 박용성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vs 토마스 바하 독일올림픽위원회 위원장 5. 문대성 IOC 선수위원(태권도 금메달) vs 클라우디아 보켈 선수위원(펜싱 은메달) 6. 김연아 (밴쿠버 피겨 금메달) vs 카타리나 비트(84 사라예보, 88 캘거리 피겨 금메달) 7. 삼성 vs BMW, 아디다스, 지멘스 8. 대한항공 vs 루프트한자

누가 유리한가. 올림픽 유치전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결과는 2011년 7월 6일 남아공 더반 총회에서 드러난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