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 Crisis 금융위기 이후로 내달리는 글로벌 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금융 시장이 흔들려도, 정치가 어지러워도 기업은 움직인다. 한눈을 팔았다간 한순간에 경쟁에서 뒤처지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의 파고가 잦아들면서 발걸음은 더 빨라지고 있다. 위기 이후 경기 상승에 대비해서다. 리콜 사태에도 전기차 시장에선 불꽃이 튀고 있고, 일본 전자업체들은 사업 부문 재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합종연횡도 활발해지고 있다.  

김영훈 기자


전기차 공략한다    포드·MS 제휴 … 닛산·미쓰비시 가격경쟁

미국의 포드자동차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손을 잡았다. 전기차 판매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인 충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포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충전 시스템인 ‘MS홈’을 내년 말 나올 전기차 ‘포드 포커스’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시스템은 전력회사의 전기 공급에 부담을 가장 적게 주고, 그래서 가장 요금이 싼 시간대에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게 해 준다. 충전 시점은 컴퓨터가 알아서 찾아 준다. 가전제품 충전에도 활용할 수 있다. MS뿐 아니라 구글도 충전 시스템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구글의 연구개발은 수백만 대의 전기차를 한꺼번에 동시 충전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에선 본격적인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시작됐다. 닛산이 1일부터 376만 엔(약 4500만원)짜리 전기차인 ‘리프’를 내놓으면서다. 일본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면 소비자 부담은 299만 엔(약 3600만원)이다. 닛산 측은 “전기차 가격도 이제 구매 가능한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자동차는 전기차 ‘아이미브’의 가격을 398만 엔(실부담 284만 엔)으로 낮췄다. 이 차는 경차여서 보조금이 더 많다.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지만 시장을 선점하고 일반 차와 경쟁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버릴 것은 버린다   소니·도시바, 대만업체에 LCD 공장 매각

일본 소니가 공장을 팔고 있다. 도시바도 마찬가지다. 재도약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위한 조치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일 소니가 슬로바키아의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대만 훙하이(鴻海)정밀에 매각한다고 보도했다. 이 공장은 소니 LCD TV의 25%(400만 대)를 생산하는 곳이다. 소니는 또 일본 시가(滋賀)현의 중소형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공장도 교세라에 넘기기로 했다. 소니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57개였던 공장을 15개로 줄인 상태다. FT는 “소니가 TV 부문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새로운 분야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소니는 각종 콘텐트를 소니 기기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소니 온라인’ 서비스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도시바도 싱가포르의 LCD 공장을 대만의 AU옵트로닉스에 매각한다. 이 공장은 도시바가 일본 밖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LCD 생산기지로 주로 노트북용 제품을 생산해 왔다. 저가 노트북이 쏟아지면서 이익률이 떨어진 노트북용 패널 생산을 과감하게 접은 것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 혼다도 16개국에 흩어져 있는 부품 공장 2200개를 3년 내 1000여 개로 줄일 계획이다. 품질 관리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적과도 손 잡는다   중·브라질, 에탄올 공동생산 협력 추진

서로에게 이익이라면 어제의 적도 오늘의 동지가 된다. 원자력발전소 수주에서 경쟁하던 프랑스와 일본이 요르단 원전 수주를 위해 손을 잡은 게 대표적이다. 브라질은 자원 개발 라이벌인 중국에 제휴 제의를 했다. 또 스페인의 EFE통신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브라질이 아프리카 지역에서 에탄올을 공동 생산하기 위해 중국에 협력 제의를 했다고 전했다. 브라질이 기술을, 중국이 자본을, 아프리카 국가들이 사탕수수 재배지를 대는 방식이다. EFE통신은 16일 브라질리아에서 개최되는 2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를 쓰는 모토로라는 중국에서만은 MS의 검색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중국 소비자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서다. AP통신은 모토로라가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에서 중국 바이두(百度)로 교체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인터넷쇼핑 시장을 잡기 위한 제휴도 잇따르고 있다. 야후재팬은 6월부터 중국의 타오바오(淘寶)와 온라인쇼핑몰 사이트를 연계한다. 두 나라 쇼핑몰 시장을 통합하는 셈이다. 배송료를 2000엔(약 2만5000원) 이하로 유지하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라쿠텐(樂天)은 하반기 중국 바이두와 합병회사를 세울 계획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