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관계 부시 2기엔 달라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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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부시 1기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을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우리의 관심사항인 북한 핵 문제 등에서도 과거의 원칙이 고수될 것임을 예고한다.

그동안 한국이 대북문제를 놓고 부시 정부와 순탄치 못한 관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 양국이 부시의 집권 2기를 맞아 새로운 전기를 만들지 못할 경우 불협화음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의 지속은 동북아의 핵심적 안보구조 중 하나인 한.미동맹의 건강성에도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그 때문에 부시의 재선을 맞아 한.미 양국은 하루라도 빨리 서로에 대한 섭섭함과 불신에 의해 야기된 응어리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협력과 미래를 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같은 불협화음의 근본원인은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와 함께, 중국의 급성장 등과 맞물린 동북아 역학관계의 변화 속에서 한.미동맹의 미래가 어떠해야 하느냐는 원칙과도 연관이 있다. 특히 집권 2기를 맞은 부시는 북핵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북핵 해결의 접근 과정에서 한반도가 어떤 돌풍에 휘말릴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북한.중국.미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어느 때보다 더 긴밀한 동맹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부시 1기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 문제 등에서 보였던 양국 간 불신과 갈등은 빨리 해결돼야 한다.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돼야 한다는 우리의 절박성과 핵 비확산을 고수해야 한다는 미국의 강박관념이 충돌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그 때문에 이제 양국은 서로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고 일방주의적이 아닌, 동맹국의 입장을 좀더 배려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북한 또한 더 이상의 시간 끌기가 하등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점점 더 어려운 국면에 빠지지 말고 6자회담 틀에 빨리 복귀해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