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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파업 쟁점·전망] 노사불신에 막힌 하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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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노총 연대파업의 핵심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선 노사간 불신의 골이 깊다.

더불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문제는 민주노총 투쟁 일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때문에 하루 이틀 사이에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쟁점〓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요구는 크게 세 가지다. 임금인상, 운항협의회 노사 동수 구성, 외국인 조종사 취업 제한 등이다.

그러나 그것은 피상적인 것이다. 실제로는 노사간의 불신에 따른 감정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우선 회사측은 적자가 나는데도 6개월만에 다시 대폭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데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노사협의회를 통해 논의키로 한 운항협의회 구성 문제를 다시 협상하는 것에도 부정적이다.

이에 반해 노조측은 운항협의회 구성에 합의하고도 회사측에서 고의로 구성을 미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균 1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외국인 조종사에 비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점도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나측은 대한항공보다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임금 인상에 초점이 맞춰진 데다가 기본급 4.5% 인상 등에 대체로 합의한 상태다. 다만 수당 인상폭을 놓고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 엎치락 뒤치락 협상 과정〓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12일 오전 2시쯤 서울 서소문 사옥에서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노조측은 이 자리에서 올해 수당 인상안 등 임금 관련 부분에서는 전면 동결을 선언했다. 대신 운항규정 심의위 구성 문제와 외국인 조종사 단계적 감축 등 보충협약 부분만을 안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사측은 수용불가 입장을 확실히 했다. 결국 오전 5시30분쯤 협상은 결렬됐다.

협상은 이날 오후 2시 재개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측이 "노조측의 임금 동결 선언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적이 없다" 고 부인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 비상운항 들어간 공항〓대한항공은 12일 국제여객 95편 중 일본.중국 등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41편만 운항했다. 국내여객은 2백40편 중 서울~제주 구간 등 단 6편만이 운항됐다. 국제화물의 경우도 18편 중 6편만이 운항됐다. 13일에도 이같은 감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외국 관광객들이 돌아가는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항공 화물의 적체도 심각한 실정이다.

아시아나는 12일 국제선 64편과 13일 66편을 모두 정상적으로 운항했다. 그러나 승무원 부족에 따라 국내선은 2백여편 중 1백여편만 운항하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대한항공은 1백36억원, 아시아나는 1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예약을 받지 못해 생기는 잠재손실과 국제적 이미지 실추 등까지 합치면 항공사들의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 당분간 파행운항 불가피〓대한항공 파업은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소한 2~3일을 더 끌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결국 공권력 투입을 통해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가 "정부 개입시 중대 결심을 할 것" 이라며 동조파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또 파업 철회시 당장 정상화가 가능한 아시아나와 달리 대한항공의 조종사 파업은 비행 스케줄 조정과 휴식기간 등이 필요해 최소한 주말까지는 파행운항이 불가피하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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