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강풍·안개·유속 … 애타는 구조, 애태우는 바다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해역에 짙은 안개가 끼고 바다의 수위가 높아지는 사리 현상이 나타나 실종자 구조와 수색작업이 중단됐다. 31일 해병대원들이 백령도 장촌리 해안현장지휘소에서 고무보트를 옮기고 있다. [백령도=김태성 기자]

‘파고 2m, 바람은 초속 12m, 시정거리 120m의 짙은 안개’. 31일 오후 3시 백령도 해상은 최악의 기상상황이었다. 유속이 초속 1.9m로 구조보트가 뒤집힐 정도였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바닷속은 손목시계조차 볼 수 없을 정도로 혼탁했다.

구조대원들은 고무보트를 띄우지 못하고 구조함인 성인봉함 갑판에 대기했다. 순간적으로 물살이 잠잠해지는 때 구조활동을 재개하기 위해서다. 한·미 구조요원들은 천안함 침몰지점을 표시한 부이와 선체를 연결한 줄을 잡고 물속에 뛰어들어 함미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실종자 대부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실 진입은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해군 관계자는 “전날 밤 잠수요원들을 투입해 함미 왼쪽 통로 문을 열고 공기를 투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시야가 좋지 않고 조류가 거세 선체에는 진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해병대의 천안함 실종자 수색지휘부가 있는 장촌리 해안. 대원들이 모래사장 한쪽에 고무보트 10여 척을 정렬해 놓고 대기했다. 군 관계자는 “상부의 지시가 떨어질 때까지 대기 중”이라며 “날씨가 좋지 않아 언제 지시가 내려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천안함 구조를 돕기 위해 온 한국구조연합회 특수구조대 민간요원 20여 명도 용기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기다렸다. 정동남(60·탤런트) 회장은 “날씨와 물때 때문에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어민들도 날씨에 발이 묶였다. 하루 종일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평소 육안으로 사고 해역을 볼 수 있었던 용기포구와 장촌포구는 짙은 안개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백령도는 31일 오후부터 1일까지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1일 바람은 초속 10~14m로 불고, 파도는 1~2m 높이로 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백령도=정영진·박태희·강기헌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백령도 해상 물살=15일 주기로 물살 빠르기가 변한다.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사리 때 가장 빠르고, 조금 때 가장 느리다. 3월의 조금은 8일과 23일이다. 4월은 7일과 22일이다. 조금이 지나면서 물살이 조금씩 빨라지다 11일째 최고조를 이룬다. 이후 다음 조금 때까지는 물살이 느려진다. 백령도 어민들은 조금 사흘 전부터 조금 사흘 후까지 주로 조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