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마트 가격전쟁 불 댕긴 최병렬 이마트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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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마트 최병렬(61·사진) 대표. 올 초부터 벌어진 대형마트 가격 할인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댕긴 인물이다.

29일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만난 그는 “본격적인 가격 인하는 겨우 1단계를 마친 셈”이라며 “이젠 2단계 국면으로, 고객들이 즐겨 찾는 유명 제조사 제품도 과감하게 인하 품목에 포함하고, 인하폭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1단계에서 할인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은 ‘농심 신라면’ 같은 유명 제품을 ‘지금보다 많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인하하겠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최근 즉석 칼국수나 부대찌개 같은 ‘간편 가정식’에 관심을 쏟고 있다. 본사 9층에는 일반 가정의 부엌을 본뜬 ‘테이스트 키친(Taste Kitchen)’을 갖추고, 제품 맛을 직접 점검한다. 특히 매주 금요일 임원들과 함께 10~15가지의 도시락 시제품을 맛보고 있다. 그는 “낱개로 판매되는 간편 가정식 제품의 속성상 아직까지 수익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마트만의 독자적인 상품을 늘려놔야 고객이 지속적으로 마트를 찾게 된다”며 “현재 전체 매출의 5.2%인 간편 가정식 비중을 2015년까지 20%대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1974년 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최 대표는 신세계 그룹 내에서 주인의식과 장인정신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외식 전문 계열사인 신세계푸드 대표로 일할 당시엔 전 직원에게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읽도록 했다. 주인공에게서 장인정신을 배우라는 취지에서였다. 직원들에겐 금연령을 내리고, 수시로 흡연 여부를 체크했다. 그는 “음식을 다루는 회사 직원들이 담배 때문에 혀와 코가 둔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병렬(사진) 대표는 스스로에게 엄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세계푸드 대표 시절에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걸 원칙으로 했다. 기업체 구내식당을 위탁 운영하는 신세계푸드를 맡은 만큼 매일 자사 음식의 품질을 챙겨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품질에 대한 그의 집념은 이마트 대표가 된 뒤에도 그대로 경영에 반영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진 대형마트들이 싼 제품을 가져다 파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제조업체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제품이 생산되는지를 점검해 제품을 고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말 최 대표가 취임한 이후 품질관리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매주 열리는 임원회의에선 회의 시작 전 20분 동안 한 주 동안 접수된 고객 불만 사항을 보고토록 했다. 이마트의 한 임원은 “자신이 담당하는 제품과 관련한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간편 가정식을 강화하는 등 사회 변화에 맞춰 상품 구성을 보강해 나가겠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란 이마트의 기본 철학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연중 상시 할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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