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파노라마] "한강이 꽃보다 아름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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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강 낙조는 요즘이 최고야. 여의도 쌍둥이 빌딩(LG그룹 사옥)에 붉은 해가 딱 걸리거든. 망망한 바닷가 낙조하곤 느낌이 완전히 다르지. "

한강 유람선의 최장수 선장인 김재일(金在日.53.사진.서울 화곡동)씨는 하루 8시간 이상을 강물 위에서 보낸다. 덕분에 이제 '한강 박사' 가 다됐다. 비릿한 냄새가 풍긴다 싶어 물었더니 강변을 쳐다보지도 않고 "노량진 수산시장이 가까워졌구먼" 이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배는 한강대교 밑을 막 지나고 있었다.

어려서 물을 좋아했던 金씨는 1967년 해군 하사관으로 입대하면서 배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90년 한강 유람선 선장이 됐다.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배의 선장이라면 한번 도전할 만하잖아. " 이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11년째다.

"한강 다리 하면 남북으로만 놓였다고 생각하는데 노량대교는 한강을 따라서 동서로 간다구. " "노들 강변의 유래는 말이야…. "

자료를 얻기 위해 직접 구청을 찾아다니며 그동안 쌓은 한강에 대한 지식을 풀어 놓는데 유람선 운행시간 한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金선장은 한강은 계절별로 즐기는 방법이 다르다고 했다. 석양을 보기엔 6월이나 10월이 가장 좋고, 여름엔 수상 스포츠 동호인들이 흥을 돋운다. 유람선 위로 갈매기가 나는 풍경을 보려면 2~3월이 제격이다. 겨울에도 묘미가 있다. 살얼음이 언 강으로 유람선이 전진하면 '쩡' 하며 갈라지는 얼음의 모습을 혼자 보기 아깝단다. "한번 와보면 서울을 보는 눈이 달라져. 세계 어느 도시에도 이런 강은 없다구. "

하지만 아쉬움도 많다. "10년 전만 해도 괜찮았어. 아파트가 이렇게 빽빽하진 않았지. " 콘크리트 제방도 못마땅하다. "아파트 사이 사이에 나무를 심든지, 아니면 아파트 전면을 좁게 하고 동(棟)간 간격을 넓혀야 한다구. "

전문가식으로 말하면 판상(板狀)형보다 타워형 건물이 미관상 더 낫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강변까지 쉽게 와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 선착장에 어떻게 가느냐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니까. "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수질이 많이 좋아졌고 최근에 짓는 다리나 건물들이 조형미를 살린다는 점이다.

金선장의 귀띔 - . 유람선 최고 명당은 2층 선실 앞쪽 난간. 두명 정도만 설 수 있어 연인들에게 특히 인기다. 중용을 터득하려는 것일까. '배의 사나이' 金선장은 휴일에는 자주 산을 찾는다.

김영훈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 서울 유람선은…

서울 유람선은 잠실.여의도.양화 선착장에서 승선할 수 있다. 잠실~한남대교~잠실 등 3개 선착장에서 주변을 순환하는 코스와 여의도~잠실, 잠실~여의도를 편도로 운행하는 코스가 있다. 구간별 소요시간은 1시간 가량이며 요금은 7천원(초등학생까지 3천5백원)이다.

02-785-4411~3.(http://www.pleasureboat.co.kr)

자전거 타기에도 한강 둔치 만한 곳이 없다. 강남에 36.9㎞, 강북에 19.7㎞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다. 한강시민공원내 수영장 주변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강남에선 아무 곳에서나 빌리고 반납할 수 있지만 강북에선 빌린 곳에 반납해야 한다.

1인용 기준으로 시간당 대여 요금은 2천원. (http://www.hanriver.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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