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돈벌기] 보일러만 바꿔도 애물단지가 보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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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법원경매시장에 나온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유찰 횟수가 많은 물건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권리관계가 복잡하거나 낙찰 후 활용도가 떨어져 골치를 썩이기 십상인 탓이다. 그러나 인기 없는 물건을 싼 값에 낙찰해 시설 교체나 개보수 등을 하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강인애(45.주부)씨는 경매물건이 갖고 있는 단점보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해 투자수익을 거뒀다. 차량진입이 어렵고 시설이 낡아 남들이 거들떠 보지 않는 주택을 경매로 매입해 임대사업에 성공했다.

강씨는 지난해 말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1층짜리 다가구 주택을 발견했다. 지하철역이 가깝고 세입자 다섯 명 모두가 후순위에다 소액임대차 우선변제 대상이어서 명도에도 별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데 다섯번이나 유찰해 최저 입찰가는 감정가의 41%까지 떨어져 있었다.

그는 가격이 떨어질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현장가봤다. 아니나 다를까, 집이 들어선 땅 모양이 자루형인 데다 출입구마저 'ㄹ' 자로 굽어 있어 차량진입이 거의 불가능했다. 게다가 지은 지 10년이 넘은 헌집이라 아직도 LPG 보일러 설비를 갖추고 있어 세를 얻으려는 사람이 없는 집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현장을 둘러본 뒤 이 집에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등기부상 지층(반지하)이 지상에 노출돼 사실상 1층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옥탑은 주방과 욕실을 갖춘 원룸으로 개조돼 있었다.

주변 부동산업소에서 확인한 결과 도시가스 난방설비를 설치한 뒤 옥탑까지 전세를 놓으면 총 1억5천만원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답을 얻었다. 감정가격이 1억9천만원이고 최저가가 7천8백만원까지 떨어져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강씨는 지난 2월 이 물건을 1억원에 낙찰했다.

강씨의 총 투자금액은 낙찰가 외에 세금과 부대비용, 보일러 및 장판 교체공사, 도배비용 등 1억1천4백만원.

지층과 1층에 전세 보증금 3천만원씩 4가구를 전세로 놓고 옥탑은 보증금 1천만원에 월 13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세를 놓았다.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하고도 1천5백만원이 남았다. 물론 언젠가 내줄 돈이지만 목돈이 생겼으며 매월 13만원의 임대수익도 얻고 있다.

강황식 기자

※도움말 : 유승컨설팅(02-594-9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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