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고금리 예금 경쟁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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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시중은행들의 예금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저축은행에서나 받을 수 있는 수준의 고금리 특판예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4일부터 최고 연 4.5%의 금리를 주는 '고단위 플러스 정기예금'을 판매한다. 1년간 5000만원 이상을 맡기면 연 4.3%의 금리를 주고 같은 액수의 수익증권을 살 경우 0.2%포인트를 얹어준다. 특판예금은 대개 판매한도를 미리 정해두는 게 보통이지만 이 상품은 12일까지 무제한 판매된다.

오는 8일 옛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통합을 기념해 비슷한 수준의 고금리 특판예금을 내놓을 예정인 한국씨티은행에 선수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다. 옛 씨티은행 서울지점은 이미 지난달 11일부터 최고 연 4.1%를 주는 특판예금을 팔아왔다.

농협은 지난 2일 300만원 이상을 맡기면 6개월 이상 연 3.7%, 1년 이상 연 4%의 금리를 주는 특판예금을 내놓았다. 수협은행도 1000만원 이상의 예금에 연 4.1%를 주는 특판상품을 3일부터 팔고 있다. 이 같은 금리는 연 4~4.3%를 주는 일부 우량 저축은행 예금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 외환은행이 지난 9월 말부터 금액에 따라 연 3.9~4%를 주는 예금을 한시판매하고 있고, 제일은행도 1000만원 이상에 대해 연 4%의 금리를 적용하는 특판예금을 팔고 있다. 최근 특판예금을 내놓지 않았던 우리은행은 새로 바꾼 전산시스템이 안정됨에 따라 신규 상품을 내놓을 것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과 제일은행도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이 지난달 25일 2조원 규모로 내놓았던 특판예금은 예정보다 사흘 이른 지난 2일 판매가 종료됐다. 특판예금이 잇따르면서 은행에서 투신으로 빠져나가던 시중 자금의 흐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단기자금 운용처로 인기를 끌던 머니마켓펀드(MMF)가 10월 21~28일 1조3330억원, 이달 들어 1조7740억원이 각각 줄었다. MMF의 감소세는 금리 하락세가 계속되기 힘들다는 분석과 함께 최근 은행권에서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특판상품으로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특판상품을 쏟아내고 있는 것 자체가 시중금리가 이젠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은행권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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