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된 가덕도 팽나무 ‘수송 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식물환경연구소 직원들이 300년 된 팽나무를 대형바지선에 실어 가덕도 율리마을을 떠나 해운대 우동항으로 옮기고 있다. [송봉근 기자]

29일 오전7시 부산시 강서구 천가동 율리마을 앞 어항. 밑둥치를 H빔과 철판으로 둘러싼 팽나무를 한그루씩 실은 실은 대형바지선 2척이 천천히 빠져 나간다. 바지선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나무를 다치지 않게 하려고 곳곳에 버팀목을 설치해 놓았다.

수령 300여년으로 추정되는 가덕도의 명물 팽나무 2그루의 ‘007 수송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팽나무는 율리항~몰운대~영도~오륙도~광안대교를 거치는 60㎞구간을 12시간 항해한 뒤 이날 오후 7시 해운대 우동항에 도착했다. 팽나무는 통행량이 적은 30일 새벽 트레일러로 1㎞ 떨어진 APEC나루공원으로 옮겨진 뒤 심어진다.

팽나무 수송작전은 몇차례 연기 끝에 이날 성공했다. 높이 12m,수관폭(樹冠幅, 가지끝∼가지끝 까지 거리) 15m인 팽나무의 해상운송을 위해서는 바다의 날씨와 파고, 물때를 감안해야 하고 육상운송은 교통통제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팽나무가 지나가는 도로주변의 전깃줄과 전화선은 모두 걷어냈다 다시 설치해야 했다. 팽나무는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 바람에 바지선 모서리 쇠기둥을 잘라내고 실을 정도로 귀빈대우를 받았다. 바지선에 비스듬히 눕힌 것도 광안대교 밑을 통과하기 위해서다.

팽나무 옮기기 작업을 맡은 ㈜ 식물환경연구소 측은 한 달 전부터 영양제를 투입하고 가지를 부직포로 정성껏 싸는 등 준비 작업을 벌였다. 나무 언저리를 파서 긴 뿌리는 자른 뒤 흙으로 덮어놓고 팽나무가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기를 기다렸다.

장비는 트레일러와 크레인 각각 2대, 바지선과 예인선 각각 2척이 동원되고 구청 직원과 경찰, 용역업체 직원 등 60여명이 거들었다. 총 수송비용은 2억5000만원.

율리마을 수호신으로 대접받아온 팽나무는 가덕도∼부산신항간 도로개설로 베어질 운명에 처했었다. 도로 시공회사가 베려고 하자 마을 주민들이 “비면(베면) 너거들 모두 죽는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반대로 팽나무가 있는 구간 300여m의 공사가 1년여 동안 중단되자 부산시의 중재로 나루공원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