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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현장@ 전국] “금강산 신계사 가는 길도 열렸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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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8일 오전 전남 여수시 향일암은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였다. 전날 밤 늦게 서울·경기 등에서 1000여 명의 신도가 관광버스 20여 대에 나눠 타고 와 ‘선묵 혜자 스님과 함께하는 108산사 순례기도회’를 한 것이다. 향일암은 도량이 좁아 기도회가 23~28일 엿새에 걸쳐 나눠 열렸는데 모두 5000여 명이 참가했다. 선묵 스님(사진)은 “43번째인 이번 기도회는 지난해 12월 화재로 잃은 향일암 대웅전의 복원 불사를 돕고,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를 특별히 담았다”고 말했다.

선묵 스님은 서울 우이동 도선사의 주지. 2006년 10월 경남 양산 통도사를 시작으로, 서울·경기 지역의 불교 신도와 회원 등 5000~6000명을 이끌고 매달 한두 곳의 사찰을 찾고 있다. 스님이 쓴 『선묵 혜자 스님과 함께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에 소개된 절이 대상이다. 강원도 금강산 신계사, 황해도 정방산 성불사, 평안북도 묘향산 보현사 등 북한에 있는 절도 3개 포함돼 있다.

“남북 긴장이 빨리 풀려 금강산 신계사 순례길이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5월 21일) 이전에 성사됐으면 좋겠습니다.”

선묵 스님은 신계사에 가는 이들에게 나눠 줄 염주알도 만들어 놓았다. 알에 ‘평화통일’ 문구를 새겼다. 7000만 한민족을 생각하며, 평소보다 많은 7000개를 준비했다. 스님은 순례 때마다 사찰의 이름이 새겨진 염주알을 하나씩 나눠 주고 있다. 모든 사찰을 돌고 나면 108염주가 완성된다.

“방방곡곡의 사찰을 돌면서 회원들이 낸 선행 아이디어를 하나씩 실천하다 보니, 이제는 108 선행을 할 것 같습니다.”

선묵 스님은 순례단이 가는 곳마다 사찰 입구에 지역특산물 직거래장 장터를 열게 해 물건을 구입한다. 순례객이 5000명 안팎이어서 농·어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지 않다. 지역 부대 장병들에게는 지금까지 초코파이 150만 개 이상을 제공했다. 다문화가정 여성과 신도들의 결연도 주선하고 있다. 고향을 지키며 어른을 잘 모시는 주민을 표창하고 상금을 준다. 소년소녀 가장이나 조손 가정의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선묵 스님은 “순례단원들에게 고장을 알릴 수 있는 기회여서 시장·군수들이 지역의 사찰을 방문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귀띔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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