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101·끝 엉터리 행정 통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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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99년 발효된 한.일 어업협정에 앞선 협상에서 우리는 부정확한 조업실적을 내놓았다가 망신당했고 어획량을 추가로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 어획량 신고를 빼먹거나 제대로 하지 않아 정확한 어업통계를 작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행정기관이 집계하는 '보고통계' 가 부실하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년여 전에는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쓰레기 발생량 통계가 서로 달라 논란을 빚었다. 10여년 전 제주학회에서는 제주도의 인구센서스 통계자료가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사가 누락되고 과다 집계돼 출산율이 낮아졌고 유출인구가 많았는데도 오히려 연평균 인구성장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농림부는 농산물 값을 떨어지게 하는 한 요인인 잘못된 농업관측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올 초 밝힌 바 있다.

해외 농산물 정보량이 적은 데다 특정작물에 대한 농민들의 재배의향 등 통계자료가 부실해 관측정보의 활용도가 낮다는 판단에서였다.

통계는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이 되고 국제외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세계화.지방화.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아 정확하고 충분한 통계는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다. 따라서 정확한 통계자료에 기초한 국가 및 지역정책 수립과 이의 수행평가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존 행정자료를 단순히 취합하거나 중앙부처가 위임한 통계 업무만 수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예컨대 모든 시.도 및 시.군.구가 발간하는 통계연보는 대부분 행정 목적으로 신고된 자료를 그대로 취합한 것이다.

그러니 정확성이나 시의성 또는 적합성이 있을 턱이 없다. 지자체 간에 개념과 기준이 다르고 집계 및 처리 방법이 달라 지역 상호 간의 비교도 어렵다. 행정기관의 보고통계가 신뢰도를 갖추도록 서둘러야 하지 않겠는가.

신현균<대한통계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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