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2004] 유행한 말 … 말 …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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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 대선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은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의 잦은 말바꿈을 비아냥댄 '왔다 갔다'(flip flop)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유세마다 빠짐없이 이 단어를 들먹여 케리를 '일관성 없고 우유부단한 인물'로 각인하려 애썼다.

케리는 '덤벼봐'(bring it on)로 맞섰다. 원래는 부시가 지난해 11월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고 외친 말이다. 케리는 두달 뒤인 1월 당내 경선에서 대권주자로 확정된 순간 부시를 향해 이 말을 외쳤다.

이어 2월에는 "부시는 귀머거리들이 가득 찬 방에 홀로 있는 장님"이란 말이 워싱턴 정가를 강타했다. 부시 행정부 전반기 재무장관을 지낸 폴 오닐이 부시의 권위적.밀실형 국정행태를 폭로하며 쓴 표현이다. 이어 "이라크는 부시의 베트남"이란 말이 부시의 아픈 곳을 찔렀다. 4월 이라크에서 미군 사망자가 600명을 넘어서자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이라크는 미국의 '수렁(Quagmire)'이 돼 가고 있다"며 한 말이다.

'아부 가라이브, 아부 가론, 아바 가라'도 회자됐다. 미군이 아부 그라이브 감옥의 이라크 포로들을 학대한 사건이 터지자 당황한 부시가 연설 도중 감옥 이름을 세차례나 틀리게 발음한 것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케리도 설화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부인 테레사 하인즈 케리가 기자와 대화 도중 격분해 외친 '꺼져버려(shove it)' 한마디는 두고두고 그를 따라다녔다.

또 케리는 TV토론에서 승승장구하다 마지막(3차) 토론에서 "동성애가 선택의 문제냐"는 질문에 "(체니 부통령의 딸로 동성애자인) 메리에게 물어보라"고 답해 '메리 게이트'를 자초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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