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강소기업에 배운다] 7. 중국 '소프트웨어 강국' 대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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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하며 하드웨어에서는 이미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가 이젠 소프트웨어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한.중 과학기술협력센터 홍성범 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차세대 성장엔진을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 쪽으로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붕어빵 찍어내듯 대량 생산하는 하드웨어로는 세계 시장에서 뚫고 들어갈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내년도 소프트웨어 매출은 2500억 위안, 수출은 413억 위안을 목표로 세웠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약 30% 정도 늘어난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견제로 기존의 다국적기업들이 시장을 강력하게 장악하지 못한 리눅스가 중국 정부의 대표적 공략 분야다. 지난 4월 열린 한.중.일 정보통신 관련 국장회의에서 중국 신식산업부 관계자가 "리눅스는 중국 정보통신 산업에서 중요한 전략이며 중국의 발전에 근간이 되는 철학"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리눅스 시장 확대를 위해 국제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마침 지난달 말 한국의 한글과컴퓨터, 일본의 미라클리눅스, 중국의 훙치리눅스는 '아시아눅스'라는 리눅스 제품을 공동개발하자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한글과컴퓨터 인치범 팀장은 "아시아 지역의 경우 수많은 리눅스 업체들이 난립해 각기 다른 운영체계(OS)를 만들어내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어려웠다"면서 "아시아눅스가 개발되면 리눅스 시장이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눅스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이 베이징(北京)에 있는 개발센터에서 일부 개발을 함께 하는 등 다국적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리눅스를 제외한 고급 소프트웨어 분야는 여전히 외국산이 독점하고 있다. 중국 국내산은 재무소프트웨어.중국어워드 등 일부 제품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소프트웨어도 일본과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에버모어'사의 오피스 스위트를 빼면 거의 없다.

그러나 저변은 튼튼한 편이다. 한양대 전자컴퓨터공학부 박성한 교수는 "2001년 기준 중국 내 판매액이 1억 위안을 초과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90개에 달했고, 10억 위안어치 이상을 판 기업도 13개나 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한국공학한림원 태스크포스팀의 일원으로 중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을 분석했다. 현재 중국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에 근무하는 인원은 약 80만명,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는 대학생 수는 58만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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