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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점 찾아 국회 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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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호 정치부 기자

해마다 연말이면 국회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쟁으로 나라의 살림 규모를 정하는 새해 예산안 심의가 늘 부실했고, 예산안이 법정 시한(12월 2일) 내에 처리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12월 30일에야 예산안이 통과됐다.

올해도 벌써 "예산안이 과연 정상적으로 처리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의 문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당초 4일부터 상임위별 예산심의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법정 시한을 맞추려면 최소한 한달 전에는 상임위별로 소관 부처의 예산심의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는 아직 대정부질문도 마치지 못한 채 엿새째 파행 중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예산안이 졸속으로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여야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예산안은 안중에도 없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국회 파행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여권에 있다. 이해찬 총리가 한나라당을 모욕하는 발언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총리와 여당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리가 한나라당에 유감을 표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일단 다행이다. 하지만 어떤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 밝히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 총리가 진심으로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생각이 있다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여당도 한나라당과 협상하기가 쉽지 않겠는가.

한나라당도 강경 투쟁만 고집할 게 아니다. 2일 의총에선 "사과만으론 안 된다"며 이 총리의 파면을 계속 요구하기로 했는데 그래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 총리가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으면 한나라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끝까지 국회를 이렇게 놔둘 것인가. 여야는 이쯤에서 한 발짝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과 민생을 위하는 길이다.

신용호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