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권 재벌 정책은 "재벌해체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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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이 13일 현 정권의 재벌정책을 본격적으로 문제삼고 나왔다.

김만제(金滿堤.얼굴)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권의 재벌 개혁론이 문제많은 '재벌 해체론' 으로 나타나고 있다" 면서 이의 시정을 촉구했다. 경제부총리와 포철회장 출신으로 거시경제와 실물경제를 두루 거쳤다고 평가받는 그가 투명성 확보를 통한 '재벌 발전론' 을 역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金의장은 "(야당이)재벌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재벌들의)폐단을 없애고 발전시켜 국가경제를 살리자는 것" 이라고 못박았다.

야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내놓은 첫 작품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재벌정책을 공식발표할 예정이다. 'DJ개혁정책' 의 핵심인 재벌개혁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문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 "기업을 토막내는 재벌개혁은 안된다" 〓金의장은 우선 '재벌 중심에서 벗어나 개별기업 중심으로 가겠다' 는 DJ정부의 재벌정책 기조 자체를 공격했다.

"지난 30년간 유지해온 우리 경제의 기본 토대를 무시하고, 무작정 재벌을 개별기업으로 토막내 선진국형으로 가겠다는 것은 설익은 정책" 이라고 비난한 것.

대신 한나라당은 재벌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확보를 정책대안으로 내놨다. "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부의 세습을 막겠다' 는 정부정책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고 밝히면서다.

이를 위해 다섯가지 전제조건이 제시됐다. ▶지배구조 개선▶결합재무제표 결과 발표▶부의 세습방지▶회계 투명성 확보▶출자총액한도 폐지 등이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 지주회사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또 재벌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집단소송제에 대해서는 "대주주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 도입해야 한다" 고 결론지었다.

최근 정부와 재계가 극한대립을 보이고 있는 '총액출자제한(25%)' 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풀어야 한다" 며 재벌쪽 손을 들었다.

◇ " '30대 재벌' 도 이미 의미 없어졌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재계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30대 재벌 규제' 부분도 지적했다.

김만제 의장은 "삼성.SK.LG.현대자동차 등 빅4를 제외한 나머지 26개 중 상당수가 이미 망했고, 자산규모가 불과 2조원밖에 안되는 경우도 많은 상황에서 이들을 재벌 범주에 묶어 각종 규제에 더 시달리게 하는 것도 풀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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