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92. 썩어가는 한강상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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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해 초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업체가 아연.구리 등 중금속이 섞인 폐수 1백2t을 전혀 정화하지 않고 한강 상수원에 함부로 흘려보내다 적발됐다. 조사 결과 이 회사는 폐수 배출시설을 허가없이 설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하남시에서 금속 장신구를 만드는 한 업체는 비밀 배출구를 설치해 기준치(5ppm)의 1백16배나 되는 아연 성분이 들어 있는 악성폐수 6t을 상수원으로 무단 방류하다 적발돼 회사 관계자가 구속됐다.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가 적발 건수를 집계해 보았더니 팔당호 주변의 상수원 오염행위가 극심했다. 팔당호 주변 1만여개의 오.폐수 배출업소에 대해 1997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모두 2만8천5백30회 점검한 결과 4천5백23개소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체는 관계자가 구속되거나 검찰에 고발됐고 관할 행정기관에서 배출시설 폐쇄명령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상수원 수질오염 행위는 좀처럼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2천만 수도권 주민의 생명수이자 국토의 대동맥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중요한 유산인 한강 상수원을 더럽히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은 이들만이 아니다.

백사장이 넓고 맑은 물이 흐르는 경기도 이천시 이포대교 밑 남한강은 평일에도 수백명의 낚시꾼과 행락객들이 모여드는 대표적인 자연발생 휴양지다. 그런데 이곳을 지나다 보면 비닐.담배꽁초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까지 눈에 띈다.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방치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때문에 장마철만 되면 팔당댐에는 부탄가스통.비닐봉지.건축자재 등 수천t의 쓰레기가 모인다.

우리가 자자손손 살아가고자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물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닫고 작은 일에서도 양심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정유순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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