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3·4학년 첫 도입 ‘자유탐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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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 34학년 개정 과학교과서는 ‘탐구 활동’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자유탐구’가 대표적이다. 학생 스스로 ‘탐구주제’를 정하고 탐구관찰실험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까지 하는 자기주도학습과정이다. 교과서 개발에 참여했던 서울교대 과학교육과 장신호 교수는 “자유로운 탐구과정에 주안점을 둔다”며 “결과보단 결과에 이르는 과정의 정교함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1단계 : 주제 탐색

장 교수는 “자유탐구라 해서 아무 주제나 선택하는 것은 학생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며 “교과서와 연계된 주제를 선정할 것”을 권했다. 시행 초반엔 교사의 지도아래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교사와의 상담토론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작은 학생의 호기심과 관심분야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무리하게 주제를 먼저 정하려 하지 말고 실생활의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접근하면 쉽다. 예컨대, 태안의 기름유출사고 기사를 보고 ‘어떻게 기름을 제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해보는 식이다. 자연스럽게 ‘혼합물의 분리’라는 탐구주제를 뽑아낼 수 있다. 커다란 주제가 잡혔다면 먼저 교과서·신문·서적·인터넷 등을 이용해 다양한 관련자료를 찾아 정리한다. 이후 주제 관련 실험 동영상을 참고해 구체적인 실험 아이디어를 정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2단계 : 문제 선정

탐구문제를 정할 때는 제목만 봐도 무엇에 대한 조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물의 오염에 대한 연구’가 주제라면 ‘오염된 물이 금붕어의 성장에 끼치는 영향’과 같이 대상과 목적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그래야 참고할만한 실험 동영상과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또 실험관찰에 소요되는 재료와 시간금액적인 면을 충분히 고려해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컴퓨터 사용 실태’ 처럼 범위가 너무 넓은 탐구주제는 피해야 한다. 서울 등촌초교 윤명희 교사는 ‘마인드맵’을 활용한 모둠 토론을 추천했다. 큰 주제와 관련해 실생활의 다양한 예들을 정리하다 보면 실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혼합물의 분리’라는 주제라면, 잡곡밥을 떠올려보고 알맹이의 크기에 따른 분류방법을 생각해보는 식이다.

3단계 : 탐구 방법 선택

탐구 주제와 실험에 따라 적절한 탐구 방법을 선택한다. 장 교수는 “탐구방법을 잘못 선택하면 실험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교사는 “물리·화학, 동·식물, 환경일상생활 분야로 나눠 생각할 것”을 조언했다. 물리화학 분야는 평균 5~10회 반복 실험으로 평균값을 구하고 실험과정과 결과를 제시한다. 동·식물 분야는 관찰기간을 정하고 사육재배관찰 실험을 일기형식으로 기록한다. 환경일상생활 분야는 설문지방문관찰인터뷰 등의 방법이 효과적이다.

4단계 : 탐구 활동 수행


실험단계에선 유사한 실험의 동영상자료를 참고해 실험을 기획하면 쉽다. ‘예상하기(가설)→실험관찰→기록종합→예상 확인’의 순서를 따라 실험한다. 이때 예상했던 결과와 실제 결과가 틀리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윤 교사는 “결과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결과가 잘못됐을 경우 어떤 문제 때문에 잘못됐는지 분석하는 것이 훌륭한 자유탐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험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은 미리 예상해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각도에 따른 물 로켓의 발사거리’를 실험한다면 발사거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의 양, 바람의 세기 등을 동일 조건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실험내용을 기록할 땐 실험으로 알게 된 점과 더 알고 싶은 것을 기록해 추가실험 계획을 밝히는 것이 좋다.

5단계 : 보고서 작성

탐구 보고서는 실험관찰 과정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표와 그래프를 활용해 간단명료하게 정리한다. 수집 자료와 관찰 결과를 순서에 맞게 정리하고 실험과정결과를 자세히 기록한다. 탐구 주제와 동기, 알고 싶었던 점과 알게 된 점, 참고 자료와 추가 실험 계획 등 보고서의 형식을 갖춰야 한다. 장 교수는 “올바른 보고서의 형식도 중요하지만 발표와 토론평가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평가를 통해 개모둠의 실험과정을 서로 배울 수 있고 창의적논리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정현진 기자 / 사진=황정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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