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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요건 갖춘 사건, 부방위서 요청땐 특검 발동 더 쉽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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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열린우리당은 신설될 부패방지위원회 소속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에 기소권을 주지 않는 대신 특별검사법 제정을 통한 '특검 제도화'를 추진키로 했다. 특검 수사의 발동 요건을 법에 규정해 놓고 해당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특검팀이 활동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방안이다. 현재 특검 수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개별 사건마다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특검 발동 요건에 '부패방지위가 특검 필요성이 있다고 의결할 경우'등을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당의 한 핵심 관계자가 31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경우 특검 조사기간 등 세부사항에 대해선 국회에 의결권을 부여할 것인지, 아니면 미리 특검법에 모든 것을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천정배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국회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특검법 제정에 대한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대한변협이 행사하던 특검 추천권을 각계 전문가로 구성되는 '특검추천위원회'에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은 지난달 30일 이해찬 총리 주재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한 당초의 정부 입법안을 그대로 추진키로 합의한 뒤, 특검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회의에 참석했던 복수의 열린우리당 의원이 밝혔다.

회의에는 정부 측에서 김승규 법무부장관, 정성진 부패방지위원장 등이, 여당에선 천정배 원내대표, 홍재형 정책위의장과 최재천.이은영.양승조 의원 등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당정협의에서는 당초 차관급 이상 공무원과 국회의원, 판.검사, 광역자치단체장 등으로 돼 있던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기초단체장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당정은 이 밖에 인권 침해 논란을 빚어온 보호감호 제도를 없애고, 기존 형사법의 양형제도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김선하 기자

[뉴스 분석] 공직수사처에 기소권 부여 막히자 우회
검찰 반대…야당과 협상 전망도 불투명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공직부패수사처에 기소권을 주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법무부 등 정부가 강력히 반대하자 이번 당정협의에서 뒤로 물러섰다. 대신 여당은 특검을 쉽게 발동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기소권을 가진 특검을 활성화하면 공수처에 간접적으로 기소권을 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장을 배려하되 여당 나름의 '실리'도 챙기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특검은 검찰이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권력형 비리를 파헤칠 때 주로 거론됐다. 권력 견제가 특검의 주요 목적이었던 셈이다. 주로 야당이 특검을 요구하고 여당이 여론을 감안해 수용 여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여당이 생각하는 법 개정안은 공수처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이다. 일단 특검법을 만들어 제도화한 뒤 부패방지위 요청 등으로 특검이 발동되면 결국 '권력의 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검찰 등에서는 "대검 중수부의 역할과 겹칠 우려가 있다"면서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고위 공직자의 부패에 대한 수사를 보다 철저히 하겠다는 취지"라며 개혁조치의 일환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야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일단 한나라당은 권력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특검의 상설화'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공수처에 대한 기소권 부여는 강력히 반대했다. 한나라당 등에서는 특검 발동 요건을 '일정 수 이상 의원의 요구'로 하자는 주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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