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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2004] 부시냐 케리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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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차라리 그냥 방아쇠를 당겨라."

미국의 저명한 정치 평론가이자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교수인 데이비드 거겐의 말이다. 누군가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들이대면서 이번 대선의 승자를 맞히라고 요구하면 그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다는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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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이 이제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많은 선거 전문가와 여론조사 기관, 그리고 언론은 그동안 떠들어 대던 갖가지 예측과 장담을 거둬들인 채 입을 다물고 있다. 미 언론은 거의 반세기 전인 1960년 공화당 닉슨 후보와 민주당 존 F 케네디 후보의 격돌 이후 최대 접전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위스콘신.미네소타.플로리다 3개 주를 종횡무진하며 유세전을 폈다.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도 플로리다.아이오와.오하이오.위스콘신을 거슬러 올라가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

CNN은 워싱턴포스트.LA타임스.폭스TV 등 14개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해 보도한다. 지난달 29일까지의 평균치는 49% 대 46%로 부시 대통령이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고 있다.

하지만 케리 후보가 막판 상승세다. 친 부시 성향이 강한 폭스TV 조사에서도 부시 대 케리의 지지율 격차는 7%포인트→5%포인트→2%포인트로 좁혀들고 있다. 날마다 여론조사를 하는 워싱턴포스트의 경우 큰 차로 뒤졌던 케리 후보가 일주일 전부터 부시 대통령을 간간이 추월하기도 했다.

케리 후보 측이 희망을 거는 건 두 가지 이유다. 우선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에 몰아닥친 보수화 분위기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움츠리고 잠복했지만 실제 지지는 여론조사 수치보다 높다는 것이다. 또 2000년 대선 때는 1억300만명이 투표했다. 하지만 올해는 신규 유권자 등록이 크게 늘어 적어도 1500만명 이상이 투표장에 새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 유리했다.

반면 공화당은 빈 라덴의 비디오테이프가 케리의 상승세를 차단했다고 분석했다. "누가 더 미 국민을 안전하게 할 지도자냐"는 질문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지금까지 항상 10%포인트 이상 케리 후보를 앞서왔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는 주별 선거의 승자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따라서 전국 여론조사보다는 주별 판세가 더 중요하고 결정적이다. 50개 주의 총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수인 270명을 확보하면 승리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31일 현재 확고한 부시 대통령 지지 주는 23개, 부시 쪽으로 기운 주는 4개지만 부시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227명으로 보인다. 반면 확고한 케리 후보 지지 주는 13개, 케리 쪽으로 기운 주는 5개여서 그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232명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승패는 나머지 6개 주에서 결판난다. 플로리다.오하이오.위스콘신.미네소타.아이오와.뉴멕시코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6개 주가 관건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미네소타주 대신 미시간을 지목했다.

선거인단 수가 269 대 269 동률로 나오면 미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한다. 현 의회는 공화당이 다수당이어서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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