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낙선 민주당 후보가 전한 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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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인들이 몸이 아픈 것보다 치료하러 병원 가는 게 더 힘들다고 하더라. "

4.26 서울 은평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민주당 이석형(李錫炯)후보는 29일 선거현장에서 접한 민심을 이렇게 소개했다. 은평구에서는 한나라당이 이겼다. "의약분업 후유증은 투표율이 높은 노년층을 거대한 이반 세력으로 변화시켰다" 는 게 그의 평가였다.

여론 전달층으로 꼽히는 택시기사들 대부분은 "생존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그렇게 다룰 수 있느냐" 며 대우차 노조 과잉진압을 비판했다고 한다.

李위원장은 "만나 본 1백여명의 지역 내 교사들 대부분이 '현 정권에서 우리들 자존심이 꺾였다' 며 이해찬(李海瓚) 전 교육부 장관 시절부터의 공교육 정책을 성토하더라" 고 말했다.

실업자들이 모이는 수색.연신내의 새벽 인력시장과 20여 재래시장에선 "중산층.서민 정당이라더니 서민만 어려워진다" "우리도 어려운데 북한에는 왜 퍼주느냐" 는 불만이 들렸다는 것.

민주당 지지층의 응집력 약화도 李위원장이 감지한 대목이다. 은평구의 호남 유권자 수는 28%. 李위원장은 민주당의 지지층(응암 3, 4동)으로 여기는 곳의 투표율이 기대보다 10% 이상 낮아졌다는 분석을 하고 이를 '위험 신호' 라고 중앙당에 보고했다.

"우리당 차기 예비주자들의 유세장 치적 과시 연설은 대체로 역효과를 불러왔다" 고 그는 분석했다. " 'IMF를 1년반 만에 극복하고, 남북 화해협력의 물꼬를 트고…' 식의 연설은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고 한다.

그는 서울고법 판사.경실련 운영위원장을 지냈다. 이같은 패인 분석에 대해 고위 당직자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그렇지만 재.보궐 지방선거는 후보의 개인적 인기.조직관리가 중요한데 그렇지 못했다" 고 말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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