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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들이 반란을 꿈꾼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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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로봇의 별 1∼3
이현 글, 오승민 그림
푸른숲주니어
각 권 230쪽 내외
각 권 8800원

전체 분량이 700쪽에 육박하는 스케일 큰 SF 동화다. 22세기 미래 사회, 인간과 사고구조·감각·감정이 똑같은 로봇들이 인간과 더불어 사는 사회가 배경이다. 시종일관 상상력 엔진을 돌려 가상의 세계를 머릿 속에 만들어가며 읽어야 한다.

이야기는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권리와 꿈을 찾으려는 로봇들과 이를 막으려는 인간들 사이의 대립 구도가 중심이다. 하지만 결국 책이 보여주려는 것은 이기적인 인간들이 만든 부조리한 세상이다. 미래 사회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은 지금 우리 사회의 치부에 대한 고발인 셈이다.

책은 인간에 대해 “인간들은 열등하다. 그들의 피부는 부드럽고 그들의 근육은 연약하다. 그들의 이빨은 무디며 그들의 손톱은 얄팍하다. 그들은 작고 느리며 나약하다. 그러나 그들은 교활하다”라고 못박는다. 또 “먹을 게 남아도는데도 종족을 굶겨 죽이는 건 인간밖에 없다”고도 했다. 인간들은 미래 사회의 모습을 어둡게 만들어냈다. 경제력에 따라 알파인·베타인·감마인·델타인으로 나누고, 그 등급에 따라 갈 수 있는 병원까지 제한을 받는 사회가 된 것이다.

『로봇의 별』은 안드로이드 로봇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세상이 인간들만의 것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말 못하는 동식물들이 지금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일지 모른다. [푸른숲주니어 제공]

인간을 본따 만든 로봇의 심성 속에서도 악이 싹텄다. 슈퍼 컴퓨터 ‘노란잠수함’은 로봇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류를 멸망시키겠다는 야심을 갖는다. 노란잠수함은 알약 로봇으로 변해 A그룹 피에르 회장의 뇌 속으로 들어간다. 피에르 회장은 세상의 모든 부와 권력을 움켜쥐려는 탐욕스런 인물이다. 두 악한의 ‘합체’로 인류는 파국의 위기를 맞는다.

결국 세상을 구한 힘은 휴머니즘에서 나왔다. 병든 엄마를 살리기 위해 특공대에 자원하는 나로, 배고픈 고아들을 조건 없이 돌보는 네다 등 따뜻한 가슴을 갖고 있는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지구를 살렸다. 과학 발전의 성과가 눈부실수록, 우리가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야기 사이사이 “네 인생의 주인은 바로 너 자신”“진짜 용기는 어려워도, 힘들어도, 두려워도 옳은 길을 가는 것” 등의 교훈적인 메시지들이 들어있는 것도 책의 특징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로봇 나로가 과학자 백곰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난 로봇이에요. 그렇죠? 로봇이라서, 인간이 시키는 일은 뭐든 해야 해요. 그렇죠?”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에 제 가슴을 치며 내뱉은 말이다. 그 때 백곰 할아버지는 되묻는다. “그래서 넌 그냥 그렇게 살아갈 작정이냐?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해 그냥 그렇게 살아도 좋으냐?” 제 환경과 처지에 짓눌려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독자들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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