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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30대 싱글녀들이 말한다 결혼제도에 반기를 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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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결혼파업,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윤단우 외 지음, 모요사
268쪽, 1만3000원

30대 싱글녀들이 말한다 결혼제도에 반기를 들라

충고는 귀에 거슬린다고 한다. 좋은 책도 마찬가지다. 읽기 거북하지만 많이 읽힐수록 읽는 이나 그 사회에 도움이 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30대 미혼여성 50명을 인터뷰해 ‘결혼 말리는 사회’의 이면을 들춰냈는데 남녀 불문 읽어둘 만하다. 40대 이혼남성과 30대 미혼여성인 공저자들의 결론은 명쾌하다. 저출산에 당황한 정부가 출산장려 정책을 쏟아내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누기요, 구두 신고 가려운 발바닥 긁기란다. 이들은 저출산 문제는 기혼여성들의 출산기피보다는 미혼여성들의 결혼 기피 탓이라 본다.

그 으뜸 이유로선 70년대 태어난 미혼여성들은 경제력이나 교육수준 등 모든 면에서 이전 세대보다 우월해진 점을 든다. “너는 나처럼 살지 말아라”란 엄마들의 염원을 업고 이들은 학교 성적, 사회적 성취 면에서 남성들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앞지르기 일쑤다. 그런데 여성들은 배우자감으로 ‘자기보다 조금 나은 남자’를 찾기 마련이니 ‘마땅한 남자’의 범위가 줄어들어 결혼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돈 버는 여성’ 입장에선 결혼은 손해 보는 거래인 만큼 선뜻 나서지 않는단다. 가부장 제도에 젖은 우리 사회에선 경제력과 무관하게 결혼한 여성이 가사노동과 육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능력 있는 여성의 경우 결혼을 통해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 만큼 30대 여성의 미혼율이 급증하는 이유는 단지 눈이 높아서, 이기적이라서, 철이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모성애와 번식욕구마저 포기하고 기존의 결혼제도에 반기를 든 반항이자 불복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시대와 불화하는 제도인 결혼에 대해 폭넓은 변형을 인정하자고 제안한다. 예컨대 프랑스의 ‘팍스(Pacte Civil de Solidarites)’ 같은 새로운 가족제도다. ‘연대(連帶)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이 제도는 법적인 결혼이 아닌 동거제도로, 입양과 친권보호, 상속에 대한 제한 말고는 결혼과 비슷하다. 이 ‘느슨한 결혼제도’ 덕분에 프랑스는 합계출산율 2.0명 시대를 열어 유럽에서 출산율 1위 국가가 되었다고 근거를 댄다. 무엇보다 국가의 성장동력에 브레이크가 걸린다는 우려의 목소리에는 태어나 자랄 아이가 과연 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빠져 있다는 지은이들의 주장은 아프다. 21세기 한국사회에 대한 단순한 스케치를 넘어서 각종 사회과학적 논거를 동원한 이 책은, 결혼을 생각하는 모든 남성들에게 보내는 경고장으로도 읽힌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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