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장우신협 김명석 상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장애인 체육대회 때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축하비행을 한다. 주인공은 장우(障友)신용협동조합 상무로 있는 김명석(金明石.36)씨.

그는 다음달 9일 오전 10시 해발 5백65m의 구덕산에서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10분간 비행한 뒤 제21회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 개회식이 열리는 구덕운동장에 내려앉는다.

金씨는 이전에 패러글라이더를 타본 경험이 전혀 없다. 하지만 부산시 체전준비단이 "타보겠느냐" 고 제의하자 "못할 게 뭐 있느냐" 며 흔쾌히 응했다. 그는 "장애인도 공정한 기회와 약간의 도움만 주면 일반인보다 못할 게 없다" 며 "장애인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축하비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고 말했다.

이날 비행에는 한국패러글라이더협회 회원인 최경석(崔京錫.35)씨가 함께한다. 이들은 27일 첫 시험비행을 무사히 마쳤다. 金씨는 시험비행 후 "자신감이 생겼다" 며 "다른 행사 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지면 기꺼이 타겠다" 고 의욕을 보였다.

崔씨는 "어린이와 같이 타본 적은 있지만 성인과 함께 탄 것은 처음" 이라며 "金씨가 침착하게 대응해 예상보다 쉽게 비행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金씨는 1990년 4월 부산 장애인들이 어렵게 사는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장우신용협동조합을 만들자 이 조합에 들어가 실무책임자 자리에까지 올랐다. 자본금 1억원으로 출발한 이 조합은 현재 수신고 2백6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규모면에서 부산시내 70여개 신용협동조합 중 20위권에 든다. 이렇게 되기까지 金씨의 역할이 컸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이 조합 황남숙(黃南淑)과장은 "金상무는 별명이 '컴퓨터' 일 정도로 치밀하고 경영.재무분석 능력이 탁월하다" 며 "사정이 어려운 이웃을 보면 앞장서서 도와주고 의협심도 강하다" 고 귀띔했다.

金씨는 말하는 컴퓨터, 점자컴퓨터 등으로 모든 기록을 관리하고 온라인 신문.주식정보.환율 정보 등에도 익숙하다. 부산맹학교 초.중.고등부를 졸업한 그에겐 부인(36)과 두 딸이 있다.

부산=정용백, 사진=송봉근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