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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향 - 세르게이 로드긴 첼로 협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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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대전시향(지휘 함신익)과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는 첼리스트 세르게이 로드긴.

첼리스트 세르게이 로드긴(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교수)은 노래할 줄 아는 연주자다. 29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린 대전시향 정기연주회에 출연한 그는 드보르자크의 '첼로협주곡' 2악장에서 따뜻한 음색에 철학적 깊이마저 느끼게 하는 음악성으로 첼로연주의 진수를 들려줬다.

느린 템포와 여유있는 호흡, 섬세한 표정은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들려주는 독일 리트(가곡)를 떠올리게 했다. 거듭되는 커튼콜 끝에 들려준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중 느린 악장에서도 음악이란 손끝의 기교가 아니라 마음으로 빚어내는 것임을 조용히 역설하고 있었다.

최근 눈부신 성장을 보여 온 함신익 지휘의 대전시향이 보여준 의욕적인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드보르자크의 협주곡을 전반부에 배치하고 후반부에선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제2번' 등 관현악 색채가 눈부신 곡목으로 꾸몄다.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의 열기가 말해주듯 이날 프로그램은 여느 교향악단이 하루저녁에 소화해 내기 힘든 레퍼토리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청소년 음악회나 '해설이 있는 음악회'가 아닌데도 후반부 시작부분에서 15분간을 할애하면서까지 영어와 우리말을 번갈아가면서 해설을 들려준 것은 지나친 친절이다.

또 한가지. 이번에 처음 안 사실이지만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대전시향이 연주할 때 무대 위에 설치된 마이크로 확성을 한다는 것이다. 사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 개관 이후 교향악 연주를 들어본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개관 페스티벌 때 KBS 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었고, 대전시향의 연주를 듣기는 이곳에 상주한 이후 처음이다. KBS 교향악단의 연주 때는 무대 위의 소리가 객석으로 반사가 잘 안된다는 불만이 제기됐는데 이를 손쉽게 마이크로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확성장치를 통해 전체적인 음량은 증가했지만 음향반사판의 설계는 그대로여서 무대 위의 단원들이 동료 연주자의 소리를 잘 못듣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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