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돋보기] 횡령에 사기까지 끝없는 교권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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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계가 비리연루, 청탁 등으로 신뢰가 추락한 가운데 천안에서도 공금을 횡령한 교장과 교사, 사기로 거액을 가로챈 교수가 경찰에 입건됐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태권도 승단심사비를 과다 청구해 부당이득을 챙긴 태권도협회 간부와 운영비를 빼돌린 혐의(횡령 등)로 고교 교장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충남태권도협회 간부인 최모(44)씨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협회 간부로 일하며 천안의 한 사립고 1학년 남학생을 대상으로 태권도 승품·단 심사를 하면서 심사비용을 실제보다 4~5배 비싸게 청구하는 방법으로 학생 436명으로부터 6500여 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일반 태권도 도장이 심사비용(협회 납부비 등 포함)을 보통 7만5000원을 받는 것과 비교해 12만~25만원까지 받아 남은 돈은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또 천안의 한 중학교 학부모들과 함께 태권도 특기생반을 만든 뒤 학생 30명으로부터 들어오는 운영비 가운데 일부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2007~2008년 6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최씨의 소개로 기간제 체육교사로 취업한 이모(30)씨도 같은 방법으로 1800여 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최씨가 태권도를 가르친 고교의 교장과 이 학교 전·현직 체육교사 2명도 최씨 등과 공모해 대회 출장비·지원비 등을 허위로 청구하는 수법으로 학교예산 2700여 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상습적으로 돈을 뜯어낸 대학교수도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천안의 모 대학 교수인 김모(62)씨는 지난해 5월 사업가 조모(40)씨에게 접근, “나이지리아 은행에 미화 1150만 달러가 예치돼 있는데 국내 송금을 위해선 경비가 필요하다”며 조씨로부터 15차례에 걸쳐 1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미국국적을 갖고 있는 김씨는 나이지리아 은행 외에도 말레이시아와 캐나다에 계좌가 있다고 조씨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조씨의 아들에게 과외를 하며 조씨와 친분을 맺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사기 행각을 더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아직 추가 고소장 등이 접수가 안 돼 사실 파악은 되지 않고 있다”고 피해자들의 신고를 당부했다. 지난해 12월 조씨로부터 고소장을 접수 받은 경찰은 나이지리아 한국대사관 등으로부터 협조를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 결과, 거짓으로 드러나 김씨를 검거해 조사해왔다. 천안동남경찰서는 17일 김 교수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신진호·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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